러시아의 2차 세계대전 전승절인 9일(현지시간) 수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오른쪽)이 군 사열대를 통과하면서 경례를 하고 있다.AP뉴시스
러시아가 9일(현지시간) 2차세계대전 승리를 기념하는 전승절 행사를 개최하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은 신 나치주의들과 싸움이라며 정당성을 강조했다.
당초 예상됐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전쟁 승리 선언, 특별군사작전에서 공식 전쟁으로의 확대 선포, 병력 증강을 위한 동원령은 없었다.
러시아 RT방송과 독일 도이체벨레(DW) 등 외신은 러시아 모스크바 붉은광장에서 열린 77주년 전승절에서 푸틴 대통령이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은 동부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인들을 지키기 위한 것이며 정당성을 강조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돈바스 지역에서 러시아에 대한 지지가 늘고 있다”며 “이곳의 신 나치주의자들을 물리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은 “우리의 적들은 테러로 약화시키려 했지만 실패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승절 행사에 맞춰 나치 독일에 맞서 같이 싸운 연합국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에 대한 감사의 표시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용납할 수 없는 위협을 하고 있다고 이날 주장했다.
올해 전승절 행사는 모스크바를 포함해 28개 도시에서 군병력 6만5000명과 항공기 400여대, 2400점이 넘는 무기가 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붉은광장에는 1만1000명 군인과 131대 차량이 동원됐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 집권 이후 전승절을 2차세계대전 희생자 추모와 함께 대형 군사 퍼레이드를 통해 병력과, 전차, 탄도미사일을 포함한 군사력을 과시하는 행사로 활용해왔다.
러시아는 미국과 영국, 다른 유럽국가들과 달리 시차로 인해 이오시프 스탈린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독일 베를린에서 독일군방군 최고사령부 사령관이었던 빌헬름 카이텔 원수로부터 항복 문서에 서명을 받아낸 지난 1945년 5월9일을 승전한 날로 기념해왔다.
러시아가 ‘대애국전쟁’으로 부르는 2차세계대전 당시 주민 2700만명이 희생됐다.
전승절에 맞춰 러시아를 향한 외국 정부의 비판적인 성명도 잇따라 나왔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CNN과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아무것도 축하를 할 것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인들을 물리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세계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분열시키지 못했으며 오히려 국제적으로 고립을 자초하는데 성공했다고 비판했다.
벤 월리스 영국 국방장관은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지난 세기 마지막 전체주의 정권인 나치독일이 겪었던 것과 같은 운명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이 11일째주를 맞은 가운데 러시아군은 이날도 전쟁의 성공을 과시하려는 듯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탈환을 위한 공세를 이어갔다. 이곳에 남아있는 우크라이나군 약 2000명이 마리우폴 함락을 막기위해 제철소에서 결사항전을 하고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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