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7일부터 유럽 출장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오른쪽)이 6월 1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총리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 총리를 만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유럽을 종횡무진 중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네덜란드 총리를 만나 최첨단 파운드리 공정 강화를 위한 협력을 논의 했다. 네덜란드는 첨단 미세공정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기업 ASML이 있는 곳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현지 시간 14일 이 부회장은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총리 집무실에서 마르크 뤼터(Mark Rutte) 네덜란드 총리와 만났다. 이 부회장과 뤼터 총리가 만난 것은 2016년 9월 이후 6년 만 이다. 이 부회장과 뤼터 총리는 △최첨단 파운드리 역량 강화를 위한 협력 확대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문제 해소 등 포괄적이고 전략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네덜란드는 반도체 연구개발부터 설계, 장비, 전자기기 완제품까지 관련 산업 생태계가 고루 발전한 나라다. 대표 기업인 ASML은 7나노미터 이하 초미세 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EUV 장비를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다.
EUV 노광장비는 1년에 40대 정도만 생산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전세계 반도체 기업들에게는 이 장비를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특히 2024~2025년 중에 도입될 것으로 보이는 차세대 공정에 필요한 최신 EUV 장비는 한대에 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쟁사들이 5대씩 나눠 가져야 할 정도로 생산이 제한적이다.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의 최첨단 파운드리 사업 확대에 필수적인 ASML 장비의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도록 뤼터 총리에게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뤼터 총리는 평소 정보통신기술 ICT·전기차 에 관심을 보여왔으며, 삼성전자와 이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자는데 의견을 같이 한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3월 당선인 신분으로 마르크 뤼터 총리와 전화 통화로 양국 간 반도체 분야에서 협력 확대를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당시 뤼터 총리에게 "'미래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반도체 산업에서 양국 간 협력을 더욱 확대해 나가자"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뤼터 총리는 "한국과 네덜란드가 반도체 선도 국가인 만큼 양국 간 협력 시너지는 매우 클 것"이라고 답했다.
이 부회장이 이번에 만난 뤼터 총리는 '차기 EU 정상회의 의장'으로 거론하는 유럽 최고위급 인사다. 지난 2016년 9월 방한한 한국을 방한한 뤼터 총리는 이 부회장의 안내를 받아 삼성전자 전시관 '딜라이트'와 △사업 현황 △주요 제품 △핵심 기술 등을 소개 받은 바 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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