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27일 국가안보실이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 인용해 보도
北 공식 송환 요구 전에 文 정부 먼저 "인계하고 싶다" 통지
국민의힘 TF "부산서 한·아세안회의 예정, 김정은 초청하며 귀순 어민 인계 의사도 전달"
윤건영 의원 "낮은 대통령 지지율 올리려는 생각이면 실수"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영상회의실에서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 2차 발사 생중계를 시청하며 참모들과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News1 오대일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문재인 정부가 2019년 귀순한 어부들을 송환하라는 북의 공식 요청이 있기도 전에 먼저 북측에 "인계하고 싶다"고 통지한 사실이 청와대 국가안보실 문건을 통해 26일 확인됐다. 당시 정부의 '북송 의사' 다음 날 북은 바로 '보내라'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2019년 11월 발생한 탈북 어민 북송 사건은 동료 16명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 선원 2명이 탈북해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추방된 사건이다. 당시 정부는 이들이 동료를 살해한 흉악범이라는 이유로 추방했다고 밝혔지만 당시 야권을 중심으로 '북한 눈치보기'를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또한 북한 거주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과 동일 선상으로 본다는 헌법 3조에 위반된다는 논란이 일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에 이어 2019년 발생한 탈북 어민 강제 북송 사건에 대해서도 "진상규명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추방된 북한 주민 2명이 타고 온 오징어잡이 선박이 8일 해상에서 북한에 인계됐다. 사진은 8일 오후 북측 선박이 인계되는 모습. (사진=통일부 제공) 2019.11.08. photo@newsis.com /사진=뉴시스
조선일보는 27일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지난해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인용해 이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2019년 11월 2일 동해 북방한계선(NLL)으로 넘어온 북한 어선을 붙잡았다. 이후 정부 합동 조사 사흘 만인 11월 5일 문 정부는 "북측에 어민들을 추방하고, 선박까지 넘겨주고 싶다"고 통지했다.
그다음 날인 6일 북은 "인원·선박을 인수하겠다"고 답했고, 7일 귀순 어부의 강제 북송이 이뤄졌다. 북이 공식적으로 송환을 요구하기도 전에 문 정부가 먼저 '보내겠다'고 했고 어부와 선박 북송이 빠르게 진행된 것이다. 이는 이례적인 조치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진상 규명 태스크포스(TF)는 문 전 대통령이 11월 5일 김정은에게 부산 한·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초청 친서를 송부하면서 귀순 어민 인계 의사도 함께 전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북한 어민 2명이 귀순 의사를 밝혔지만, 문재인 정부는 이들이 동료 살해 혐의가 있다는 이유로 귀순 5일 만에 강제 북송했었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은 김정은에게 한·아세안 특별 정상 회의 초청 친서를 보냈다. 그리고 같은 날 탈북 어민 2명을 추방하겠다고 북에 서면으로 통보한 것이다.
우리 정부가 '아프리카 돼지열병 방역'을 이유로 신속하게 선박을 소독하고 북측에 넘긴 점도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출근길에서 기자들이 '2019년 문재인 정부에서 있었던 탈북 어민 북송 사건에 대해 여당에서 진상 규명을 요구한다'고 묻자 "아직 검토 중인데, 옛날부터 국민들이 문제를 많이 제기하지 않았나"라고 답했다. 이어 "일단 우리나라에 들어왔으면 우리 헌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민으로 간주되는데, 북송시킨 것에 대해서는 많은 국민들이 의아해하고 문제 제기를 많이 했는데 한번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0.12.13/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사진=뉴스1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출신인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22일 '탈북어민 북송사건'의 재조사 가능성을 시사한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에 자격지심이라도 있느냐"고 직격했다.
윤 의원은 "북송된 흉악범죄 북한 어민 2명은 16명의 무고한 동료를 살해한 범죄자"라며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정의는 범죄를 저지른 2명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냐. 16명에 대해서는 뭐라 하시겠느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그는 "혹시나 유례없이 낮은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올려 보려는 생각이라면 명백한 실수" 덧붙였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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