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절에도 국회 원 구성 협상 무산
국회의장 중재안 나왔지만 여야 '상대당 탓' 계속
與 "어떻게 방송 장악하냐" 과방위 양보불가 입장
野 "행안위·과방위 반드시 사수" 여당에 양보 촉구
민생경제 위기 압박에 일괄타결 가능성도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왼쪽)와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74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17일 국회본청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 74주년 제헌절 경축식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이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서동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여야가 협상 타결 시점으로 잡았던 제헌절에도 원 구성에 끝내 이르지 못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2차 중재안까지 제시했지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직을 두고 여야가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다. 국회 공백이 두 달 가까이 이어지는 가운데 민생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회 정상화 압력이 커지고 있는 만큼 양당이 대승적 결단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양당은 협상 타결의 마감시한으로 잡았던 이날까지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후반기 원 구성이 늦어지고 있다. 여야는 여전히 최대 쟁점으로 꼽히는 과방위, 행안위 위원장직을 두고 물러섬 없이 샅바싸움을 이어갔다.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민주당이 행안위, 과방위 두 개 다 위원장을 차지하겠다는 것이고 우리는 둘 중에 하나만 가져가라는 입장이다. 이게 협상 결렬의 주요 원인"이라며 "이 부분이 아직까지 해소가 안 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지금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한상혁씨는 '민주당 사람'이다. 우리가 어떻게 방송을 장악하겠나"라며 '방송 장악' 프레임에 선을 그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여당의 '방송 장악',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등으로 인한 '경찰 장악'을 막기 위해서라도 과압위와 행안위를 사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제헌절 경축식 이후 기자들과 만나 "상임위 구성 쟁점이었던 법제사법위원회를 우리가 양보하겠다고 통 큰 결단을 내렸다"면서 "나머지 상임위원장 배분 중에 행안위와 과방위를 민주당이 맡겠다고 하는 것은 야당으로서 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구"라고 했다.
국회의장이 상임위원회 기능 조정 등을 담은 2차 중재안을 제안했지만 양당에서는 이를 두고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과방위의 방송 정책과 관련해 기능을 조정하는 내용이 2차 중재안에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권 원내대표는 상임위 기능 조정안에 대해 "구체적 내용은 여야 합의에 담아야 할 부분"이라며 말을 아꼈다. 다만 "여야 협의과정을 통해서 필요한 부분은 담고 그렇지 않은 부분은 뒤로 미루거나 나중에 생각하는 방안으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선순위에 따라 중재안을 일부는 수용하고, 일부는 수용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상임위 조정안과 관련선 여당이 정부와 협의할 부분이라며 여당에 공을 넘겼다. 박 원내대표는 "거기에 대해 야당이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라며 "저희로선 여당에서 관련 검토를 해서 제안이 오면 언제든지 만나겠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 중재안을 낸 김진표 의장는 '빠른 원 구성'을 압박했다. 김 의장은 이날 여야 지도부에 "본회의를 여는 열쇠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전현직 국회의장들 앞에서 약속하고 오늘 중엔 (원 구성을) 마무리 짓는 걸로 하자"고 주문했다.
민생경제 위기에 여론 악화를 막기 위해서라도 여야가 빠른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반기 국회 종료 이후 50일째 국회가 '개점 휴업' 중인 가운데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高) 위기로 인한 민생경제 과제가 쌓이고 있어서다. 여야 또한 3고 위기 타개를 위한 민생법안을 앞다퉈 내놨지만 원 구성이 안 돼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여야가 원 구성 협상 장기화에 대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여당은 지난해 결산을 위한 자체 결산팀을 꾸리고, 교섭단체 대표 연설과 대정부 질문을 우선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야당에서는 민생경제특별위원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 구성을 국회의장에게 요청한 상태다. 야당 또한 오는 25~27일 대정부 질문에 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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