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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질까 말까" 우리사주 받은 직원들, 보호예수 해제 '물량폭탄에' 초긴장

LG엔솔 기관 1000만주 오늘 보호예수 해제
카뱅·크래프톤은 공모가 대비 주가마저 하락

"던질까 말까" 우리사주 받은 직원들, 보호예수 해제 '물량폭탄에' 초긴장
LG에너지솔루션 전기차배터리 폴란드공장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보호예수 풀리면 주가하락 뻔한데 정리하고 저점에 다시 들어가는게 나을까요?", "우리사주 물린 분들, 이제 손실 구간이라 대출이자에 손실금까지 이중고일텐데 보호예수 해제되면 다 던질 예정이신가요?"

최근 LG에너지솔루션과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등 보호예수 해제일을 앞두고 주식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탄 섞인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을 시작으로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등 대형주들의 보호예수 물량이 대거 풀릴 예정인 가운데 관련주를 들고 있는 투자자들과 우리사주를 보유한 직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우려에 가뜩이나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관련주들의 주가가 이같은 잠재적 매도물량(오버행)으로 힘을 잃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관련주들이 대부분 공모가를 하회하면서 일부 종목의 경우 반대매매 실행 가능성도 있어 투자자들의 '곡소리'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보호예수 해제 물량 '폭탄'에 투자자들 '곡소리'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7월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8월 카카오뱅크, 크래프톤 등 일부 물량에 대한 보호예수가 해제된다.

보호예수란 일정 기간 동안 주식을 보유할 것을 약속하는 것으로 약속한 기간이 지나면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다. 보호예수 해제 전에는 오버행을 우려한 매도세도 가세할 수 있다.

"던질까 말까" 우리사주 받은 직원들, 보호예수 해제 '물량폭탄에' 초긴장
7~8월 주요 기업 보호예수 해제 물량 /그래픽=정기현 기자

당장 27일 LG에너지솔루션의 전체 상장 주식 중 86.09%에 달하는 2억146만365주의 물량이 보호예수 해제된다. 이 중 최대주주인 LG화학이 보유한 지분 1억9150만주(81.84%)는 당장 시장에 출회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기관이 보유한 996만365주(4.26%)에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

시장에서는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크게 웃도는 만큼 차익실현을 위한 기관들의 매물 출회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날 종가 기준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39만4000원으로 공모가(30만원)를 31.4% 상회한다. 이 물량이 모두 출회한다면 총 3조8945억원어치다.

최근 코스피 하루 거래대금이 6조원대 안팎인 상황에서 4조원에 육박하는 기관 자금이 대거 움직이면 시장 변동성 역시 커질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공매도 역시 쌓이고 있다. 이달 25일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의 대차거래잔고는 3조771억원으로 지난달 말(2조5510억원) 대비 20% 급증했다. 현행법상 차입 없는 공매도는 금지됐기 떄문에 대차거래잔고는 공매도의 선행지표로 여겨진다.

일각에서는 8월 MSCI 정기변경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편입비중을 상향할 수 있다며 이에 따른 패시브 모멘텀을 기대하고 있지만 아직 이르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경범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7일 보호예수 해제분과 관련된 유동비율 변경이 8월 MSCI 정시변경에 전부 반영될 수 없다고 판단한다"며 "실질적으로 수급이 반영되는 시점은 11월 정기변경이므로 패시브 모멘텀을 기대하기는 이른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카뱅·크래프톤 직원들은 '쪽박' "퇴사한 사람이 위너"

8월에는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 등 대형주들의 보호예수 해제가 발생하면서 시장의 아우성은 더 커질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6일과 10일 코스피에 상장한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은 다음달 1년의 보호예수기간이 끝난다. 상장 당시 우리사주조합(배정 물량 20%)을 통해 청약에 참여한 직원들은 보유 주식을 팔 수 있게 된다.

하지만 현재 공모가 대비 손실률이 상당해 우리사주를 보유한 직원들의 속은 새카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이날 종가 기준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 주가는 공모가를 각각 22.9%, 48.4% 하회하고 있다.

직원들은 보호예수 해제 시 주식을 계속 보유하거나 손절매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대출을 받아 우리사주를 매입한 직원은 주가 급락에 따른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대출 약관상 주가 하락으로 담보 비율을 유지하지 못하면 담보 추가 납부나 대출금 상환으로 담보 부족을 해소해야 한다.

지난해 상장 초기만 해도 시장 분위기가 우호적이었기 때문에 '영끌'을 통해 우리사주 물량을 배정받은 경우가 상당수였기 때문에 보호예수 물량 해제를 앞두고 직원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는 "이쯤되면 우리사주 팔고 이직한 퇴사자가 위너"라는 한탄 글이 올라오고 있다.

이미 지난 1월 크래프톤 주가가 공모가 대비 40% 떨어지자 우리사주조합 물량을 대출로 진행한 직원들이 추가담보 설정 등을 요구받았다.
직원들이 반대매매를 당할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크래프톤 측이 나서서 담보를 제공하면서 상황을 수습했다.

크래프톤 즉은 이번에도 보호예수 물량 해제에 대비해 직원들의 부족한 증거금을 추가로 납입해주는 대응책을 마련중이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지난 1월과 6월 직원들에게 추가 담보금 제공을 진행했다"며 "이번 보호예수 물량 해제에도 대비중"이라고 밝혔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