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성인실종 미제 사건 느는데 관련법 없어 수사 지지부진 [잃어버린 가족찾기]

만 18세 이상 강제 수사권 없어
위치 추적·금융·통신 조회 난항
작년 529건…최근 5년 증가세

최근 서울에서 20대 성인들이 잇따라 실종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지만 경찰은 위치추적 등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지 못하는 모양새다. 성인 실종 사건의 경우 아동과 달리 경찰이 위치 추적이나 카드 사용 내역 조회 등 강제 수사에 나설 법적 근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성인 실종 미제 늘고 있어

29일 경찰청에 따르면 18세 이상 성인에 대한 가출인 신고 접수는 △2017년 6만5830건 △2018년 7만5592건 △2019년 7만5432건 △2020년 6만7612건 △2021년에는 6만6259건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사라진 성인을 찾지 못한 경우는 △2017년 333건 △2018년 346건 △2019년 399건 △2020년 483건 △2021년 529건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지난 7일 오전 서울 강서구 가양역 인근에서 실종된 이정우씨(25)를 수색 중이다. 이씨는 지난 7일 오전 1시30분께 서울 강서구 공항시장역 근처에서 지인들과 헤어졌고, 오전 2시15분께 가양역 4번 출구 폐쇄회로TV(CCTV)에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뒤 사라진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마지막으로 통화한 여자친구에게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시지를 남기지는 않았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 6월에도 20대 여성 김모씨가 같은 장소에서 실종됐다. 당시 오후 11시9분께 가양대교 위에 서 있는 김씨 모습이 버스 블랙박스에 담겼지만, 이후론 자취를 감췄다. 경찰은 김씨의 실종 수사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수사 범위 확대해야"

실종된 성인들은 늘고 있지만 위치추적 등 적극적인 수사가 어렵다는 문제제기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현행 '실종 아동 등의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위치 추적 등 경찰이 적극적인 실종 수사를 벌일 수 있는 대상은 만 18살 미만 아동, 지적장애인, 치매환자에 한정된다. 만 18세 이상 성인은 실종 신고가 들어와도 강제로 소재를 파악하는 등 수사에 나설 법적 근거가 없다. 경찰 관계자는 "성인 실종자의 경우 범죄 상황에 대한 목격 진술이 있거나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메시지가 있어야 위치 추적 등 통신 자료와 금융 거래 내역을 볼 수 있다"며 "영장을 신청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경찰의 소재 파악을 당사자가 원치 않는 경우도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성인 8185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21.7%는 "갑자기 큰 도움이 필요하더라도 타인의 도움 받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국회에 제도 도입을 위한 법안이 발의돼 있지만 상임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한 상황이다.
이명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월 '실종성인의 소재발견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했다. 경찰이 실종 성인 발생 신고를 접수하면 지체 없이 수색 또는 수사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법안이다. 발의 이후 행정안전위원회에서 해당 법안을 검토했지만, 실종 성인 당사자의 자기결정권, 사생활의 자유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고, 원한·채무 관계 등의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어 종합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논의를 끝으로 6개월째 진척이 없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