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틱톡 캡처
[파이낸셜뉴스]
최근 한 남학생이 수업중 교단 위에 올라가 드러눕고, 스마트폰으로 수업중인 여교사를 촬영하는 듯한 모습이 담긴 영상이 동영상 플랫폼에서 확산되며 논란이 일었다. 해당 영상은 충남 홍성에 위치한 중학교에서 촬영된 것이라 알려졌는데, “(해당 학생이) 선생님과 친하게 지냈다”라는 학교 측의 황당한 해명은 논란을 진화하지 못했다.
최근 이와같은 학교 내 교육활동 침해 행위가 빈번히 일어나며 교권이 추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30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에 따르면 교권본부에에 접수된 교권침해 상담 건수는 지난 2011년 287건에서 지난해 437건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중에는 소셜 미디어(SNS)를 통한 교권 침해 사례가 많았다. 교사가 혼을 내는 장면을 학생이 촬영해 SNS에 올리거나, 학생이 교사 실명과 소속을 공개 거론하며 욕설과 조롱 댓글을 다는 식이었다.
교육부의 '교육활동 침해 현황'에 따르면 2017∼2021년 5년 동안 발생한 교권 침해 사례는 모두 1만1148건에 달했다. 학생·학부모에 의한 교사 상해·폭행 사건은 같은 기간 총 888건에 달했다. 연도별로 △2017년 116건 △2018년 172건 △2019년 248건 △2020년 113건 △지난해 239건 등이다. 코로나19 여파로 대면 교육이 원활하지 못했던 2020년을 제외하면 사실상 매해 느는 추세이다.
교육 현장에서는 다양한 교권 침해 사례가 일어나고 있다.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최근 한 교사는 학생이 교실 책상을 망가뜨려 혼을 냈는데, 해당 학생에게 “ㅋㅋㅋ, ㅆㅂㄴ아, 집이고 학교고 X같아서 못가겠네. 교권보호위원회 여세요” 등의 모욕적인 내용이 담긴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충격을 받은 교사는 한국교원단체총엽합회 교권본부를 찾아 피해 사실을 상담했다.
교육부의 교육활동 침해 대응 매뉴얼에는 한 중학교 교사가 수업중에 잠을 자고 있는 학생을 깨우려 “수업시간이에요. 일어나세요!” 라고 말하자 잠에서 깨어난 학생이 짜증이 담긴 목소리로 “아~ XX”이라고 욕을 한 사례도 등장한다.
교사의 훈육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중학교 교사는 수업 시작 이후에도 복도에서 친구와 떠드는 학생에게 벌점을 부과하려 했는데, 학생이 도망치려 하자 교사는 팔을 잡았다. 그런데 교사는 “폭력을 행사했다”는 항의를 받았고, 학교에서 ‘폭력교사’로 낙인 찍혔다고 한다. 학생이 교사 훈육에 맞서 아동 학대로 신고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6월 전북 전주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6학년 담임교사가 한 남학생이 같은 반 여학생에게 성희롱성 욕설을 한 것을 알고 “성폭력은 처벌 수위가 높다. 하지 말라”며 훈육하였다. 그런데 남학생 부모는 담임교사에게 “왜 내 아들을 잠재적 성범죄자 취급하냐”며 거세게 항의했고, 나아가 학교 측에 담임 교체 및 사과문 공개 낭독을 요구하기도 했다. 담임교사는 결국 이 학부모의 요구를 따라 학생들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사과문을 읽었다.
많은 교사들은 “학생들은 ‘잘못해도 처벌받지 않는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게 (교권 침해의) 주요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교사가 제자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기 어렵다는 점을 아이들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교원 단체들은 생활지도법 개정 등을 통한 실질적인 교사 보호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김동석 교총 교권본부장은 국민일보에 “수업 중에 떠드는 학생에게 ‘조용히 해’라고 해도 아동학대, 정서학대라고 고발당하는 상황”이라며 “교사들은 고소·고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무기력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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