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캡처 /사진=fnDB
[파이낸셜뉴스] 영국의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네덜란드 출신 화가 빈센트 반 고흐(1853∼1890년)의 명화 '해바라기'에 토마토수프를 끼얹는 시위를 벌여 논란이 일었다.
1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BBC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환경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의 활동가 두 명은 이날 오전 11시께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반 고흐의 1888년 유화 '해바라기' 앞에서 재킷을 벗고 '저스트 스톱 오일' 티셔츠를 드러낸 뒤 준비해 온 하인즈 캔 수프를 그림에 투척했다. 그 순간 전시장 안에 있던 관람객들은 비명을 질렀고 다급하게 경비원을 불렀다.
이 활동가들은 수프를 그림에 던진 후 곧바로 접착제를 꺼내 미술관 벽에 자신들의 손을 붙인 뒤 시위를 이어갔다.
이들은 "예술과 삶 중 더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예술이 음식보다, 정의보다 더 가치 있는가? 그림 보호가 지구와 인류 보호 보다 더 걱정되는가?"라며 관람객들에게 물었다.
다행히 작품은 유리 아래에 보호돼 있었고 갤러리 직원은 재빨리 토마토 수프를 정리했다.
내셔널갤러리 관계자는 "즉시 경찰이 출동했고, 액자에는 약간의 손상이 있지만 그림은 무사하다"고 밝혔다.
현지 경찰도 트위터에 "경찰관들이 급히 현장에 출동했다"라며 "시위자 두 명은 재물손괴와 불법침입 혐의로 체포됐으며 경찰관들이 이들을 (벽에서) 떼어내고 있다"고 밝혔다.
저스트스톱오일 활동가들이 반고흐 '해바라기'에 수프를 끼얹고 나서 손을 접착제로 벽에 붙이는 시위를 했다. [저스트스톱오일 트위터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사진=연합뉴스
'저스트 스톱 오일'은 정부에 화석연료 신규 허가 및 생산 중단을 촉구하는 단체로 미술관의 예술작품을 겨냥한 시위로 관심과 비판을 동시에 받고 있다.
활동가 중 한 명은 "예술이 생명, 식량, 정의보다 소중한가"라며 "그림을 지키는 것이 더 걱정인가, 아니면 우리 지구와 사람들을 보호하는 것이 더 걱정인가"라고 되물었다.
이 단체는 앞서 지난 7월에도 이 미술관에 있는 존 컨스터블의 '건초마차'의 프레임에 손을 붙이는 시위를 했다.
저스트 스톱 오일의 대변인은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의 관심이 환경 문제로부터 멀어지는 것이 우리들의 걱정"이라며 "불행하게도 이것이 변화가 일어나게 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토마토 수프 시위를 벌인 두 명의 운동가는 경찰관에게 체포돼 센트럴 런던 경찰서에 구금됐다.
한편 반 고흐는 생전 총 12점의 '해바라기' 그림을 그렸으며 그 중에서 꽃병에 꽂힌 해바라기는 총 7점이다. 나머지 작품은 미국 필라델피아 미술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 일본 도쿄 도고 세이지 기념 미술관 등이 소장하고 있다. 내셔널갤러리에 전시된 '해바라기'는 8420만달러(약 1200억원)의 가치를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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