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 완판 뽐내지만, 소비자 관심은 젯밥=혜택과 맴버십
SPC의 실키롤케익 NFT는 1개당 5500원에 팔렸다. 해당 NFT를 구매하면 받을 수 있는 실키롤케익 1개의 가격은 1만1000원이다. 사실상 실키롤케익 반값 할인권을 판매한 셈이다. 사진은 SPC의 실키롤케익 NFT. SPC 제공
롯데리아는 1992년 출시된 불고기버거 30주년을 기념해 불고기버거 NFT를 '불고기버거 세트' 쿠폰과 함께 1992원에 판매했다. 불고기버거 세트의 가격은 6600원이어서 사실상 70% 할인권을 판매한 셈이다. 사진은 롯데리아 불고기버거 NFT. 롯데리아 제공
롯데홈쇼핑도 멤버십 혜택과 연계 판매한 벨리곰 NFT 9500개가 1초 만에 다 팔렸다고 알렸다. 지난 9월 17일 사전예약 고객을 대상으로 벨리곰 NFT 6000개를 우선 판매했고 하루 뒤인 18일 일반 고객 판매분 3500개의 민팅은 0.5초 만에 마감됐다. 사진은 벨리곰 NFT. 롯데홈쇼핑 제공
유통업계에서 '대체불가능토큰(NFT)' 완판 행렬이 이어졌지만 예술·재미·기술 기반의 NFT 가치는 희석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이 NFT 민팅(발행)에 참여한 고객에게 롤케익, 햄버거, 롯데월드·호텔 이용권, 전시회 관람권 등 실물 혜택를 얹어준 결과다. 실물 제품의 가격보다 싼 NFT를 완판한 것이 뉴스거리냐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SPC그룹은 지난 14일 오전 10시30분부터 NFT 거래 플랫폼 'CCCV NFT'에서 '실키롤케익 NFT'를 팔았는데 시작 30분 만에 300개가 완판됐다. 이 NFT는 파리바게뜨가 창립 36주년과 실키롤케익 기네스월드레코드 등재 2주년을 기념해 기획됐다.
실키롤케익 NFT는 1개당 5500원에 팔렸다. 해당 NFT를 구매하면 받을 수 있는 실키롤케익 1개의 가격은 1만1000원이다. 사실상 실키롤케익 반값 할인권을 판매한 셈이다. 실제 SPC그룹 관계자도 "NFT가 주목을 받은 것은 구매 고객에게 실키롤케익 1개 교환권과 이달의 제품 1+1 쿠폰 등 부가혜택을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9월 발행된 롯데리아의 불고기버거 NFT도 마찬가지다. 불고기버거 출시 30주년을 기념해 판매된 이 NFT는 '불고기버거 세트' 쿠폰과 함께 1992원에 판매됐다. 롯데리아 불고기버거 세트의 가격은 6600원이다. 사실상 70% 할인권을 판매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롯데홈쇼핑도 멤버십 혜택과 연계 판매한 ‘벨리곰’ NFT 9500개가 1초 만에 다 팔렸다고 알렸다. 지난 9월 17일 사전예약고객을 대상으로 벨리곰 NFT 6000개를 우선 판매했고 하루 뒤인 18일 일반 고객 판매분 3500개의 민팅은 0.5초 만에 마감됐다. 업계는 벨리곰 NFT 공통혜택이 완판의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구매자에게 △매월 롯데 포인트 혹은 롯데 계열 음식점 5000원 쿠폰 △롯데 시그니엘 호텔 할인 △롯데 전용 라이브커머스 할인 혜택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또 벨리곰 등장시 줄을 서지 않아도 되는 새치기 특권 ‘벨리 패스’, 벨리곰 NFT 5장 이상 보유시 실물 피규어 증정 등의 혜택도 제공했다.
롯데홈쇼핑은 벨리곰 NFT 판매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에 민팅된 ‘벨리곰 영상 NFT’는 가격이 6만원대에 불과했지만, 실물 혜택이나 기능이 없어 판매가 저조했다. 스타벅스도 NFT를 활용한 멤버십 프로그램 ‘스타벅스 오디세이’를 올해 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NFT를 보유한 사람(홀더)에게만 제공하는 멤버십 혜택을 누리기 위해 NFT를 구매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블록체인 데이터분석 사이트 듄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NFT 거래 규모는 지난 9월 4억6600만달러로 지난 1월 170억달러와 비교하면 97% 폭락했다.
거래 규모는 급감했지만 NFT 보유자 수는 반대로 늘었다. 1개 이상 NFT를 보유한 디지털 지갑의 수는 1월 말 336만개에서 9월 614만개로 늘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멤버십 방식으로 유통업계와 NFT의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며 “지금은 마케팅 차원에서 NFT의 제작 비용은 물론 실물 가치보다 더 싼 값에 토큰을 발행하고 있지만 NFT 플랫폼이 하나의 마켓, 채널이 되면 가격도 정상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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