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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르포]"주변에서 '어어' 하더니 그냥 바로 쓰러져"…유실물센터 현장

가방 124개, 옷 258개, 신발 256켤레 등 접수
한 짝 남은 신발만 66개
분실물 찾으러 온 피해자도 깁스한 상태
"이거 잡을 새가 없다" 난리 통에 가방 분실


[현장 르포]"주변에서 '어어' 하더니 그냥 바로 쓰러져"…유실물센터 현장
1일 서울 용산 원효로 다목적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관련 유실물 센터에서 유가족들이 사고 현장에서 발견된 가족의 유품을 찾자 오열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사진=뉴시스

[현장 르포]"주변에서 '어어' 하더니 그냥 바로 쓰러져"…유실물센터 현장
11월 1일 오전 9시30분께 서울 용산구 원효로다목적실내체육관에서 이태원사고유실물센터가 세워졌다. /사진=노유정 기자

[현장 르포]"주변에서 '어어' 하더니 그냥 바로 쓰러져"…유실물센터 현장
11월 1일 오전 9시30분께 서울 용산구 원효로다목적실내체육관에 있는 이태원사고유실물센터에서 한 짝만 남은 신발이 정리돼 있다. /사진=노유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저도 한 11시 넘어서 구조가 됐는데 제 주변에는 이미 정신을 잃으신 분들이 너무 많았어요."
1일 오전 이태원 사고유실물 센터를 찾은 장씨(21)는 왼쪽 다리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장씨는 가방을 찾았지만 지갑은 발견하지 못했다.

이태원 사고 유실물센터가 이날 서울 용산구 원효로다목적체육관에서 운영을 개시했다. 한 짝만 남은 신발, 흙과 오물로 더럽혀진 상의가 보였다. 널브러진 명품 가방과 코스프레 가면 등이 지난달 29일 이태원 참사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거 잡을 새가 없다, 너 죽는다"
경찰이 접수한 유실물은 가방 124개, 옷 258개, 신발 256켤레, 한 짝만 남은 신발은 66개, 기타 전자제품 외 156개 등이다. 이날 오전 9시30분 기준 가방 2개, 신발 한두 켤레, 휴대전화 1대가 주인을 찾았다.

가방을 찾으러 온 장씨는 "지금 뼈 골절이랑 파열이 된 상태"라고 전했다.

사고 당시 장씨는 사람이 몰리자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술집 밖으로 나왔지만 인파에 밀렸다. 주변 여성 몇 명이 쓰러졌고 자신도 숨이 안 쉬어지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인파에 휩쓸려 골목까지 이동한 장씨는 "저는 이미 (인파의) 중간 쪽에 있었고 위에서 누가 '어어' 하더니 그냥 바로 쓰러졌다"고 설명했다. 장씨도 넘어졌지만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 벽과 술집 사이 약간의 공간이 있어 운 좋게 상반신을 좀 뺄 수 있었으나 장씨 주변 사람들은 바로 기절했다.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도착했지만 시간이 걸렸다. 가장자리부터 차례로 구조돼 중간에 끼어있던 사람들은 마지막으로 탈출했다. 장씨도 오후 11시 넘어 빠져나올 수 있었다. 다행히 사고 직후 장씨가 차고 있던 애플워치로 가족에게 긴급전화가 갔고, 현장에 나온 장씨의 부모님이 직접 장씨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장씨는 사람에 깔릴 때까지 손에 휴대전화와 가방을 들고 있었다. 장씨를 빼내던 시민들이 "이거 잡을 새가 없다", "그냥 손 놔라 안 그러면 너 죽는다"고 하자 그대로 손을 놓으면서 소지품을 잃어버렸다.

■오물 묻은 외투와 한 짝만 남은 신발
유실물센터의 의류중엔 유독 외투가 많았다. 인파 속에 외투가 벗겨지거나 사람들이 스스로 옷을 벗어 던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외투엔 토사물인지, 무엇인지 파악되지 않는 누런 오물이 말라붙어 있었다. 하얀색 털코트인 진회색 흙먼지가 여기저기 묻어 있었다.

많은 수의 신발이 한 짝만 남았다. 쉽게 벗겨지지 않을 듯한 긴 부츠도 보였다. 부츠가 벗겨질 정도로 상황이 위급해 보였다. 운동화가 다수였지만 작은 크기의 구두들도 눈에 띄었다. 여성 피해자들이 제대로 서지 못하고 사람들이 미는 대로 밀렸을 것으로 보였다.

휴대전화와 명품 핸드백 등도 주인을 찾지 못하고 아무렇게나 놓여 있었다.
꽃으로 뒤덮인 화려한 분홍색 의상과 가면, 분장 목적으로 썼을 것으로 짐작되는 경찰모도 3개나 나와 있었다.

유실물센터는 오는 6일까지 열린다. 물건을 분실한 피해자가 신분증을 제시하면 최대한 분실물 소유주임을 확인한 뒤 물건을 건네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