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

방사선 쬔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10분만에 굳는다

원자력연구원, 엔에스오토텍에 기술이전해 상용화 준비
강철보다 강한 강도에 기존 CFRP 무게의 89% 수준

방사선 쬔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10분만에 굳는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의 전자선 경화 기술로 제작한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자동차 부품. 원자력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원자력연구원이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을 단시간에 생산하는 방사선 기술을 엠에스오토텍에 넘겨 상용화 작업에 들어갔다. 탄소섬유와 플라스틱으로 구성된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은 강철보다 강하고 알루미늄보다 가벼워 자동차나 항공기, 선박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원자력연구원은 전자선가속기를 활용하는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생산기술을 엠에스오토텍에 이전하는 기술실시 계약을 체결했다고 8일 밝혔다.

연구진이 개발한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생산 기술은 제품을 굳히는 시간이 3~4시간에 10분이내로 단축할 수 있다. 또 물질을 단단하게 변화시켜 강철보다 강하지만 무게는 기존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 대비 89% 밖에 안돼 더 가벼운 소재를 만들 수 있다.

현재 원자력연구원은 개발 기술의 상용화를 목표로 엠에스오토텍, 고등기술연구원, 충남대 등과 협력해 시제품 제작, 금속접합 실험, 신뢰도 평가 등을 진행하고 있다.

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 이남호 소장은 "자동차 산업 외에도 항공·드론, 국방, 해양·선박 등 여러 산업 분야에 적용 가능한 소재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을 굳히는 방법에는 열경화와 상온경화가 있다. 섬유, 플라스틱, 경화제 등이 혼합된 액상 물질에 열을 가해 굳히면 3~4시간, 상온경화에는 3일 정도 걸린다.

반면, 원자력연구원이 자체 보유한 10 메가전자볼트(MeV)급 전자선가속기를 활용하면 경화공정시간이 10분 이내로 줄어든다. 전자선은 파장이 짧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방사선으로, 물질에 쪼이면 빠르고 단단하게 분자구조를 변화시킨다. 전자선으로 굳힐때에는 촉매나 경화제도 필요 없다.

연구진은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에 40 킬로그레이(kGy)의 전자빔을 쪼였다. 이는 3m 크기 대형 자동차 부품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

연구원이 개발한 이번 소재는 잡아당기는 힘에 버티는 인장 강도와 꺾으려는 힘에 버티는 굴곡 강도 모두 1 기가파스칼(GPa) 이상이다. 이는 시중 자동차 부품 소재와 유사한 수준이다. 이에 반해, 무게는 기존 대비 89% 수준으로 한층 가볍다.

전자선으로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을 만드는 방식은 이미 존재했으나, 금속을 대체할 수준의 강도까지 미치지 못한다.
연구진은 전자선 조사 이전 단계에서부터 복합재료의 구성과 제조방법을 달리해 문제를 해결했다. 조직이 치밀한 T700급 탄소섬유와 액상의 에폭시 아크릴레이트를 결합시킨 새로운 재료 구성을 찾아냈다. 그결과 새로운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은 300 메가파스칼(MPa) 수준에서 3배 이상 향상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