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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희생자 명단 공개, "무도한 패륜 행위" vs "제대로 된 추모"

이태원 희생자 명단 공개 논란
與 "친민주당 매체 정략적 목적"
野 "유가족 동의 없어 부적절"
"유가족 연대 위해 필요" 시각도

이태원 희생자 명단 공개, "무도한 패륜 행위" vs "제대로 된 추모"
이태원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인터넷 매체가 뒤늦게 유족 항의를 받고 일부 이름을 삭제했다. /뉴스1 /사진=뉴스1

이태원 희생자 명단 공개, "무도한 패륜 행위" vs "제대로 된 추모"
[서울=뉴시스]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 인근인 이태원역 1번출구 앞 희생자 추모공간에서 시민들이 남긴 추모 메시지가 흰 국화꽃과 함께 놓여져 있다2022.10.31.

[파이낸셜뉴스] 유튜브 채널 기반 매체 '더탐사'와 시민언론을 표방하는 매체 '민들레'가 지난 14일 이태원 참사 유가족의 동의 없이 155명의 희생자 명단을 공개한 것을 두고 여야가 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유가족의 동의 없는 명단 공개에는 반대한다면서도, 제대로 된 추모와 희생자 유가족 간 연대 차원에서 명단 공개가 나쁘지만은 않다는 시각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패륜적 행위"라며 친(親)민주당 매체가 정략적 목적을 가지고 공개한 것이라고 강력 규탄했다. 전문가들은 개인정보보호법상 형사 책임을 물을 수 있을 지는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면서도 희생자와 유가족 프라이버시 침해라는 점에서 부적절하다고 입을 모았다.

15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전날 더탐사와 민들레가 이태원 참사 희생자의 명단을 공개한 것을 두고 미묘한 입장차를 보였다. 더탐사와 민들레는 "희생자들의 실존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최소한의 이름이라도 공개하는 것이 진정한 애도와 책임 규명에 기여하는 길이라고 판단한다"라며 명단을 공개했다. 유족 동의와 관련해선 "유가족 협의체가 구성되지 않아 이름만 공개하는 것이라도 유족들께 동의를 구하지 못한 점에 깊이 양해를 구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를 두고 여당에서는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유족의 아픔에 또다시 상처를 내는 것"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정 위원장은 "저도 동의 없이 전교조 명단을 공개했다가 억대의 벌금을 물은 바 있다"며 법적 대응을 통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봤다. 아울러 민주당을 향해 "지금이라도 '이재명 방탄'을 위해 이태원 참사 비극을 이용하는 무도한 행위를 즉각 중단해달라"고 촉구했다.

야당은 명단공개가 다소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도 큰 틀에선 희생자 연대와 제대로 된 추모를 위해 영정, 명단 공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이 지역구인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통화에서 "희생자나 가족 중에 한 명이라고 개인정보에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있다. 노출해서는 안 된다"라면서도 "제가 만난 희생자 가족들은 다른 분들과 소통하기를 원하는 분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재명 대표가 당초 영정, 이름을 공개하자고 한 것에 대해선 "개인정보를 노출시켜서 하자는 것이 아니다. 희망하는 가족들에 한해서 영정사진을 공개하고 추모하자는 취지로 해석된다"라며 "유가족 또한 참사가 끝난 후 서로 답답한 마음을 소통하고 추후 일정이나 대응에 대해 대화를 하고 싶은데 공개를 안 하니 답답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전했다.

정부가 영정 공개를 '통제'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의원은 "세월호 참사 때는 단원고 학부모님들끼리 대책 등을 논의했는데, 유가족이 모여서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며 유가족 간 연대 차원에서 희망자에 한해 공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는 따져봐야 한다면서도, 동의 없는 공개는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개인정보보호법상 개인은 살아있는 자로 한정해놨기 때문에 돌아가신 분들의 정보를 공개한 것을 가지고 형사적 책임을 묻기엔 사실상 어려움이 있다"라며 "하지만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동의없이 배포한 것이기에 민사상 불법행위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짚었다.

최경진 가천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개인정보의 정의와 식별성을 판단해 희생자 이름을 개인정보로 판단할 수 있는지 구체적 법리적 판단이 필요하다. 이를 충족했다면 더탐사와 민들레에 정보를 제공한 곳에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정보를 제공했는지 법률상 근거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정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