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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한국식 점도표' 시도한 이창용…"최종금리 3.50~3.75%"

이번엔 '한국식 점도표' 시도한 이창용…"최종금리 3.50~3.75%"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한국은행에서 브리핑실에서 이날 열린 금통위 통화정책방향회의 결과에 대해 설명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11.24/뉴스1


이번엔 '한국식 점도표' 시도한 이창용…"최종금리 3.50~3.75%"
지난 9월 연준 점도표 일부분.


이번엔 '한국식 점도표' 시도한 이창용…"최종금리 3.50~3.75%"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2022.11.24/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최종금리가 3.5%인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시는 분이 세 분 계셨고요, 3.25%는 한 분 계셨고, 3.75%로 올라갈 가능성을 열어두는 게 바람직하다고 하신 분은 두 분 계셨습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4일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올린 금융통화위원회 배경을 설명하면서 금통위원들의 최종금리 전망을 투명하게 알 수 있는 정보를 최초로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미국과 꼭 닮은 '한국식 점도표'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 점도표는 "금리 인상이 조만간 마무리된다"는 시장의 기대를 키우기에 충분했다.

25일 한은에 따르면 이 총재는 전날 통화정책방향 기자 간담회에서 최종금리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생각을 이례적으로 내비쳤다. 최종금리는 금리 인상기에 마지막으로 도달할 금리 수준, 즉 종착점을 뜻한다.

이 총재는 이번 금통위에서 위원들의 최종금리 기대 수준이 △3.50% 3명 △3.25% 1명 △3.50~3.75% 2명 등으로 정리됐다고 명시했다.

금통위는 의장인 이 총재를 빼고 6명으로 구성되는데 그 절반에 해당하는 3명이 지금보다 한 번 더 금리를 높이면 된다고 여겼으며, 심지어 1명은 아예 지금부터 인상을 멈추자는 생각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대다수 위원들이 지금 말씀드린 대로 3.5%를 제안하셨다"며 "지난 10월에 3.5%를 최종 금리로 봤을 때에 비해서는 어디에 주안점을 뒀는지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부연했다.

만일 이 총재가 최종금리 수준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저 "3.5%가 대다수"라고 답했다면 이는 지난달 금통위 때 제시된 정보와 다를 바가 없었다. 이 총재는 지난 10월 금통위 직후 "다수의 금통위원이 3.5% 수준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견해를 갖고 있는 것 같다"고 말한 바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이번에는 구체적인 최종금리 수준에 따른 금통위원들의 정확한 분포까지 밝혔다. 이는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석 달에 한 번 정례회의 이후 발표하는 '점도표'와 꼭 닮아 있었다.

점도표란 연준 위원 18명이 '연말까지 금리를 이 정도 올려야 할 것 같다'는 의견을 마치 설문조사에 응하듯 점점이 찍은 그래프다. 그래서 점도표는 향후 미국의 금리 인상 향방을 직간접적으로 알 수 있는 중요한 실마리로 여겨진다. 때로는 금리 인상 이후 인상 소식 그 자체보다 더 주목받기도 한다.

시장은 이 총재의 발언으로 인해 최종금리에 대한 판단을 보다 쉽게 한 것으로 보인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사실상 한국 스타일의 점도표 분포를 공개한 사실은 금융시장에서 지난해 8월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이 조만간 마무리된다는 기대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고 분석했다.

공 연구원은 "6명의 위원들 가운데 다수를 차지하는 3명이 최종금리 수준으로 지목한 3.5%가 실제로 구현된다면 이번 인상 사이클에서 남은 인상 횟수는 1회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도 이 총재의 점도표를 토대로 "10월에 비해선 주장의 중앙값이 낮아졌다는 뉘앙스를 고려할 때 3.5%의 최종금리 수준은 합리적"이라며 "이 경우 국고채 10년은 3.40~3.70% 사이가 적정 가격 수준"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간 한은은 소규모 개방 경제라는 한국의 특성을 고려해 향후 금리 인상 경로나 최종금리에 대한 위원들의 생각을 함구하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 왔다.

이는 금리 결정에 대한 정보가 너무 많이 노출되면 작은 개방 경제인 한국은 자칫 해외 투기 자본 등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경각심에서였다.

하지만 이 총재는 취임한 뒤로 금통위의 생각을 시장과 투명하게 소통하기 위해 과거 관행에서 벗어나 포워드 가이던스를 내놓기 시작했다. 포워드 가이던스는 중앙은행이 미래 통화정책방향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예고하는 조치들을 가리킨다.

지난 7월에 금리 인상 폭을 0.25%p로 사실상 미리 제시한 것은 그 첫발이었다. 올봄인 4월에 취임한 이 총재가 한여름에 첫 포워드 가이던스를 시도한 뒤, 겨울에 이르러서는 그 형태를 'K-점도표'로 바꿔서 이어간 셈이다.

사실 이 총재는 한국형 점도표를 제시하고자 하는 자신의 의욕을 이미 지난달에 우회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0월15일 미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 강연 이후 대담에서 "한은은 (미 연준처럼) 점도표나 분기별 전망을 제시하고 있지 않다"면서 "그래서 예전보다 미래에 대해 조금 더 얘기함으로써 한은의 기술력을 향상시키고 싶었다"고 토로했다.

이 총재의 다양한 시도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금리 결정에 있어서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지난달 이 총재는 "기술적 역량과 경험이 있어서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게 낫다고 스스로 선택했다면 괜찮다. 받아들일 수 있다"면서 "하지만 한은에 더 많은 경험과 기술적 역량이 필요하다고 보기 때문에 변화를 주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금통위원들이 어떤 논의를 했으며,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정보를 전한다면 만일 통화정책 결정회의 사이 기간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져도 우리가 제시한 베이스라인에 기초해 시장은 적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