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년간 공개된 1심 판결문 분석해보니
70% 선고 유예·실형은 단 1건
법원 온정주의 판결 이면에는
"집행 유예만 받아도 당연퇴직 사유 해당"
지난해 11월 6일 서울 용산구 녹사평역 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은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지난 3일 서울시청을 압수수색했다. 언론 매체인 '민들레'에 명단을 넘겨준 공무원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서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해당 언론에 명단을 유출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무원을 상대로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이태원 참사 희생자 명단 공개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서울시청을 압수수색하면서 공무상 비밀누설 범죄에 대한 비판여론이 커지고 있다. 해당 공무원이 2차 가해를 했다는 것이다. 이에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공무상비밀누설이 인정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그렇지만 공무상비밀누설 혐의가 인정된다고 해도 처벌까지 이어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퇴직 사유'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관련 법원에서 온정적인 판결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9일 경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020년 1월 1일부터 2023년 1월 8일까지 공무상비밀누설죄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된 1심 판결 가운데 공개된 판결문 24건을 분석한 결과, 17건(70.8%)이 선고유예를 받았다. 집행유예는 3건(12.5%), 무죄가 3건(12.5%)에 달했다.
실형은 단 1건(4.2%)으로 코로나19 확진자의 개인정보를 주변 지인들에게 알린 공무원 4명 모두에게 각각 벌금 100만원형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공무원에 대한 온정주의가 원인일 수 있다고 짚었다.
공무상비밀누설 사건 범행 주체가 공무원이기 때문에 선고 유예 판결을 받으면 공무원 당연 퇴직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는 것 아니냐는 것.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공무원은 집행유예만 받아도 퇴직해야 하고 퇴직금도 절반 깎인다"며 "실질적으로 일반 사람들이 같은 판결을 받는 것보다 공무원한테 피해가 큰 셈"이라고 전했다.
김우석 법무법인 명진 대표변호사는 "뇌물죄까지 연관되지 않은 경우에 온정적으로 처벌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공무원들이 공무상 비밀을 유출하는 것에 대해 경각심을 주지 못하는 효과가 있다"며 "금품 또는 접대를 받았을 수도 있고 이번 한 번뿐 아니라 여러 번 범죄를 저질렀는데 이번에만 걸렸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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