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관들이 흑인 청년 타이어 니컬스(29)를 집단 구타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에서 교통 단속 중이던 경찰관들이 흑인 운전자를 집단 구타해 심장마비로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현장을 담은 영상이 27일(현지시간) 퍼지면서 미국 전역에서 경찰의 과잉조치를 규탄하는 시위가 들끓고 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경찰은 지난 7일 흑인 청년 타이어 니컬스(29)의 사망 당시 상황이 담긴 ‘보디캠’ 영상을 공개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오후 8시 30분쯤 교통단속 경찰관들이 니컬스가 모는 자동차를 난폭운전을 이유로 정지시킨다. 이후 경찰관은 운전석 문을 열고 니컬스를 차 밖으로 끌어내 바닥에 엎드리게 한다. 니컬스는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고 항변하지만, 경찰관들은 “바닥에 엎드려”라고 수차례 소리쳤다.
니컬스가 잠시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하자 그를 제압하기 위해 경찰관 2명이 무차별 구타를 가한다. 또 다른 경찰관은 통증과 눈물을 유발하는 ‘페퍼 스프레이’를 꺼내 얼굴에 뿌리기도 했다. 축 늘어진 니컬스의 얼굴을 계속해서 때리는 장면도 담겼다. 니컬스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흘 뒤 끝내 신부전과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니컬스는 “엄마”라고 외치며 도움을 청했지만 경찰관은 “너한테 몽둥이질을 해주겠다”고 말하고는 진압봉을 꺼내 들어 위협을 가했고, 다른 경찰이 축 늘어진 니컬스를 일으켜 세운 뒤 얼굴에 폭행을 이어갔다. 현장에서 니컬스에게 폭행을 가한 경찰관 5명은 모두 흑인이었다.
니컬스의 어머니 로번 웰스는 CNN 방송 인터뷰에서 “그들은 아들을 가혹하게 구타했다”며 “온몸이 멍투성이였고, 머리는 수박만큼 부어올랐으며, 목은 부러져 있었고, 코는 'S'자로 휘었다. 살아남았더라도 식물인간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소식에 시민들은 거리로 뛰쳐 나왔다. 이날 멤피스와 워싱턴DC, 보스턴 등 미국 일부 도시에선 경찰의 과잉 진압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바이든 대통령도 성명을 내고 “니컬스의 죽음을 불러온 구타가 담긴 끔찍한 영상을 보고 격분했다”며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신속하고 투명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