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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재 전 용산서장, 참사 발생 전 무전 듣고도 대처 안 해

집회 관리 후 경찰 관용차에서 무전 청취
인파 몰린다는 내용에도 지시 없이 저녁식사
이후 사고 발생…비명 소리에도 현장 안 가

이임재 전 용산서장, 참사 발생 전 무전 듣고도 대처 안 해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지난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 및 재발 방지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이 이태원 참사 발생 전인 오후 8시 30분부터 무전을 듣고 있었지만 대처하지 않았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당초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 오후 11시에 상황을 인지했다고 주장했다.

31일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서부지검에 요청해 받은 공소장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은 사고가 발생하기 1시간 45분 전부터 무전을 통해 상황을 듣고 있었다.

이 전 서장은 지난해 10월 29일 삼각지역 일대의 집회 현장 관리를 나서 같은 날 오후 8시 30분께부터 용산경찰서장 전용 관용차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해당 차량에는 무전 송수신 장비가 완비돼 있어 이 전 서장은 경찰 무전을 듣고 있었다. 검찰은 이 전 서장이 당시 위험 상황을 충분히 인지할 수 있었으나 대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같은 날 오후 9시 10분께부터 인파가 골목길에 몰려 있다며 경찰 인력을 충원하도록 요청하는 무전이 잇따라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112치안종합상황실장이 오후 9시 10분 "골목길에서 이 시점 대규모 인파가 몰려나오고 있다"며 "소내에 있는 경력 4명 정도 A입구쪽 이태원 파출소 건너편 쪽으로 가서 인파 관리하기 바란다"고 무전을 보냈다. 이어 오후 9시 21분 "이태원 파출소 앞까지 인파가 많이 몰려서 한개 차선밖에 안 나왔었다. 인파를 (인도) 위로 올려보내라", "지금 차선 2개 (유지)는 안 될 것 같다" 등 구체적인 상황을 알 수 있는 무전이 이어졌다.

이같은 무전에도 이 전 서장은 저녁 식사를 한 뒤 같은날 오후 9시 47분께 전용 관용차에 탑승해 이태원 파출소로 이동을 시작했다. 같은날 오후 9시 57분께 녹사평역에 이르렀을 무렵에는 차량 정체가 극심했고 안전사고 위험이 커지고 있었으나 도보로 700m 거리를 차량으로 이동하기를 고집해 1시간 18분이 지난 오후 11시 5분께에서야 이태원 파출소에 도착했다. 그 사이 사고가 발생해 오후 10시 19분께에는 무전에서 "사람이 깔렸다"는 내용과 함께 비명 소리가 송출되고 있었다.

이 전 서장은 오후 11시 16분께서야 용산경찰서 경비과장에게 기동대 배치를 지시했고 오후 11시 31분께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전화를 걸어 첫 보고를 했다.
이 전 서장은 이태원파출소 옥상에서 사고 장소 부근을 지켜봤을 뿐 사고 현장에는 가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18일 이 전 서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및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 전 서장은 참사 당일 이태원파출소에 오후 11시 5분에 도착했으나 이보다 48분 이른 오후 10시 17분에 도착했다는 내용의 허위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