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주들은 폭력 범죄에 대비해 계산대 밑에 호신용품을 비치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편의점 곳곳에 방범용CCTV는 물론 경찰 호출용 비상벨도 설치에도 불구하고 경찰이 출동하기까지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노출돼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은 편의점 관련 커뮤니티 갈무리.
#. "편의점은 매대 뒤에 있는 담배광고 때문에서 유리창을 다 가려야한다. 법이 그렇다는데 같은 동네 편의점주가 돈 20만원에 칼부림으로 사망했다는 뉴스를 보고 불안해서 방검복이라도 사야하나 검색해봤다."
편의점 폭력범죄 2000여건…해마다 증가세
13일 인천 계양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A씨(35)는 "나도 나지만 야간에 혼자 매장지키는 아르바이트 근로자 걱정에 밤잠을 설쳤다"며 “대낮에 살인 사건이 벌어졌는데 범인은 잡혔다지만 불안함이 가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8일 오후 10시 52분께 계양구에서 어머니와 함께 편의점을 운영하던 30대 업주 B씨(33)는 강도살인 혐의를 받는 C씨(32)가 휘두른 흉기에 사망했다. C씨는 B씨 살해 후 현금 20만원을 훔쳐 도주한 혐의를 받고있다. 숨진 B씨는 사건 발생 당일 홀로 편의점을 지켰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를 훼손한 뒤 택시를 타고 도주하던 C씨는 도주 이틀만인 전날 오전 6시 30분께 경기도 부천시 한 모텔에 숨어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이같은 편의점을 무대로 한 범죄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편의점 범죄 건수는 △2018년 1만3548건 △2019년 1만4355건 △2020년 1만4697건 △2021년엔 1만5489건으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늘어난 편의점의 수도 범죄 증가의 한 요인으로 꼽히지만, 경기침체로 생활고가 이어지면서 편의점을 무대로 한 생계형 범죄가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2021년 가장 많은 편의점 범죄유형은 절도(6143건)로 상해·폭행 등 폭력범죄는 2071건을 기록했다.
야심한 밤 편의점에서 일어나는 취객의 폭행사건도 빈번하다. A씨는 ”술에 취한 고객이 '자신을 무시한다'라는 이유로 폭행을 하거나 폭언을 하는 게 부지기수다. 편의점주들은 계산대에 호신용품을 비치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편의점 곳곳에 방범용CCTV는 물론 경찰 호출용 비상벨도 설치됐지만, 경찰이 출동하기까지 사실상 무방비 상태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담배광고 노출 차단' 외부 시트지, 안전 위협
한국편의점산업협회 관계자는 “담배 광고 외부 노출 금지·제한를 이유로 두른 ‘편의점 외벽 불투명 시트지’가 근무자의 안전을 위협하는 측면이 있다”며 “밖에서 편의점 내부의 상황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강도가 범행시 조금이라도 주춤하지 않았겠나”고 지적했다.
경찰 관계자도 “대부분 편의점은 야간에 아르바이트생 한 명이 일하는데 누구나 제약 없이 들어올 수 있는데다 공간도 비좁아 범죄가 발생하기 쉬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경찰청은 도시재생 과정에 범죄예방디자인(CEPTED)을 적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편의점 범죄발생 예방 및 신속한 신고를 위해 점포 내부가 외부에서 잘 보일 수 있도록 설계하라는 것.
보건복지부는 국민건강증진법과 청소년보호법 등을 근거로 '의도치 않은 담배광고 외부 노출'에 대한 단속을 강화했다. 편의점주들은 2021년 12월부터 담배광고 외부노출 차단을 위한 시트지를 시공해 시야를 차단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면 편의점주들이 광고 게재를 중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광고를 내려도 담배는 판매할 수 있지만 광고 수입은 받을수 없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근로자보다 점주의 실수익이 낮은 매장도 허다한 상황에서 담배광고로 벌어들이는 수입을 포기하라는 복지부의 대안은 현실을 외면한 대표적인 탁상행정”이라며 “편의점은 단순 소매점을 넘어 택배, ATM업무, 중고거래, 물품대여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활 서비스 플랫폼으로 성장한만큼 정부의 엇박자 행보에 대한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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