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문화전당 한복 근무복.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공기업인 한국전통문화전당이 직원 근무복으로 디자인한 개량 한복이 ‘왜색 논란’에 휩싸였다.
19일 한복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전통문화전당이 공개한 한복 근무복의 상의 옷깃이 일본 기모노의 ‘하네리’와 유사하고 동정(저고리 깃 위에 덧대는 헝겊)의 폭이 좁아 일본풍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전통문화전당은 지난 18일 직원 근무복으로 활용할 개량 한복의 디자인을 공개하면서 태극기의 검은색 괘와 태극기 바탕의 흰색을 모티브로 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 한복 근무복은 총 80벌을 제작하는데 전당의 운영비 960여만원이 들어갔다. 한 벌에 약 12만원이 투입된 셈이다.
하지만 전체 색감이나 옷깃이 ‘일본 주방장’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전문가 역시 근무복 옷깃의 폭, 문양, 전체 색감 등이 일본 의상과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전통 한복이나 개량 한복은 민무늬 혹은 은은한 자카드(직물 형태 패턴) 문양의 흰 옷깃을 쓰는데, 근무복에는 회색톤의 전당 로고가 새겨져 하네리를 연상케 한다고 지적했다.
또 개량 한복임을 고려하더라도 동정의 폭이 너무 좁아 일본 의상의 특징에 가깝다고 했다. 한 전문가는 “옷감이 검은색인데, 보통 한복은 밝은 모노톤을 사용한다”며 “전체적으로 어둡고 깃도 얇다 보니 일본 주방장 옷 같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전통문화전당은 애초 매주 금요일 전 직원이 한복 근무복을 입고 근무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며, 점차 이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었지만 논란이 계속되자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다양한 시민들의 의견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한국전통문화전당은 "고전과 현대의 융·복합적 요소를 가미해 만들다 보니 본의 아니게 일본 의상과의 유사성 논란에 휩싸였다"며 "전통 한복의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살린 근무복으로 재탄생시키기 위해 심도 있는 다각도의 작업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근무복을 디자인한 리슬 황이슬 대표는 왜색 논란에 대해 "이 의상은 조선시대 칼깃(칼끝처럼 끝으로 갈수록 좁아지는 형태의 깃)을 기본으로 삼아 제작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바탕의 검은색은 우리 고유의 전통 오방색 중 하나의 색으로, 왕이 입던 '현의', 학자들의 '심의'에 쓰이는 색과 동일하다. 동정의 너비 역시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넓으면 한복, 좁으면 일본 옷의 개념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2008년 미스유니버스 선발대회에서 이지선 씨 옷의 일본 무녀복식 논란, 2020년 블랙핑크 의상을 두고 기모노를 베낀 것이란 주장 등은 대부분 의상에 대한 선입견, 한복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해 발생한 일들"이라며 "한복에 대한 인식의 개선이 시급하고, 그래서 한복을 알려 나가는 데 더 노력해야 할 때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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