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조합원이 23일 오전 경남 창원시 성산구 본부 입구에서 국정원 옷과 휴대폰 등을 보이고 있다. 이날 국정원 한 수사관이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촬영을 시도하다 민노총 조합원에 적발됐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국가정보원 수사관이 기자인 것처럼 속이고 23일 오전 민주노총 경남본부의 기자회견에 참석한 노동자 등 민간인들을 촬영하다가 적발됐다.
당시 민주노총 경남본부 안에서는 국정원이 국가안보법 위반 혐의로 안석태(54) 금속노조 경남지부장과 강인석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부지회장을 압수수색하고 있었다.
국정원은 이날 오전 8시20분쯤 경남 창원시에 있는 금속노조 경남지부 사무실에 들이닥쳐 안 지부장의 책상·휴대전화·컴퓨터·케비닛 등을 압수수색 했다. 또 같은 시각 대구 출장을 가기 위해 거제에서 승용차를 타고 가던 강 부지회장을 붙잡아, 강 부지회장의 휴대전화 등을 압수수색 했다. 경찰은 7개 중대 500여명을 동원해 민주노총 조합원들을 제지했다.
압수수색이 진행되자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오전 10시30분 긴급 기자회견을 사무실 앞에서 진행했다. 국정원 직원이 기자회견을 몰래 촬영하다 적발된 것은 이때였다.
한 노조원 간부는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하고 있는 A씨를 보고 "기자인가"라고 물었고 국정원 직원 A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여기에 더해 A씨가 직접 '기자'라고 얘기했다는 현장 기자들의 증언도 나왔다.
노조측이 A씨에게 기자증을 보여달라고 재차 신원 확인을 요구하자 A씨는 이를 거부하며 현장을 이탈하려 했다. 이에 노조원들이 A씨를 붙잡고 신원을 밝히라고 재차 요구했다.
결국 노조원들이 A씨가 들고 있던 단말기와 가방, 신분증 등을 빼앗아 국가정보원 자켓 등을 통해 국정원 직원임을 확인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노조에게 폭행을 당해 가벼운 부상을 입기도 했다.
금속노조는 “기자회견 중 기자로 신분을 속인 국정원 직원이 카메라로 민간인을 사찰하는 게 발각됐다”며 “해당 직원은 지속적인 신분 확인 요구에도 거짓말과 무응답으로 일관했다.
이후 신분증 확인을 통해 국정원 직원이라는 점을 파악했다”고 밝혔다.
국정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적발된 직원은 현장 촬영은 하지 않았고 사람들이 몰려와 당황해서 기자라고 말했다고 한다"며 "노조에게 폭행 당해 부상으로 병원에 다녀왔다"고 전했다.
앞서 국정원은 북한 지령을 받아 반국가단체를 만들어 활동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지난 1일 경남지역 통일운동 활동가 3명과 서울지역 활동가 1명을 구속하는 등 이른바 ‘창원 간첩단 사건’을 진행하고 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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