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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타스캔들’이 소환한 끔찍한 실화사건들

고3 우등생 친모살해·숙명여대 쌍둥이 등
학벌주의 에피소드 대부분 실화서 모티브


‘일타스캔들’이 소환한 끔찍한 실화사건들
'일타 스캔들'/tvN 제공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단 2회만을 남겨둔 tvN 토일드라마 ‘일타 스캔들’은 사교육 1번지를 무대로 일타 강사 최치열(정경호 분)과 고2 딸(조카)을 둔 국가대표 출신 반찬가게 사장 남행선(전도연 분)의 로맨스를 중심으로 입시경쟁에 내몰린 학생들과 부모들의 이야기도 풀어내며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지난 2월 26일 방송된 ‘일타 스캔들’(연출 유제원, 극본 양희승, 제작 스튜디오드래곤)에서는 여고생 해이(노윤서)가 사라지면서 그의 이모인 행선(전도연)네 가족에게 최악의 위기가 찾아왔다. 이와 함께 치열을 보필해온 동희(신재하)의 진짜 정체를 향한 치열(정경호)의 의심이 커지면서 ‘일타 스캔들’의 결말을 향한 관심 또한 증폭됐다.

지난 14회 시청률은 수도권 기준 평균 17%, 최고 18.9%, 전국 기준 평균 14.3%, 최고 15.8%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2049 시청률 역시 전국 기준으로 평균 6.9%, 최고 7.8%로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사회면 장식한 그 사건 떠오르네
‘일타스캔들’이 소환한 끔찍한 실화사건들
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숙명여고에서 경찰이 시험문제 유출 의혹과 관련해 압수수색에 들어간 가운데 정문에서 취재진이 대기하고 있다. 2018.9.5 /뉴스1

‘일타 스캔들’은 일타 강사 최치열 캐릭터의 주변 인물을 통해 입시경쟁에 내몰린 학부모와 학생들의 비극적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먼저 두 아들을 둔 장서진 변호사를 연기한 장영남 캐릭터는 2018년 발발한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시험 유출 사건’과 겹쳐진다.

부친이 교사(교무부장)로 재직하면서 같은 학교에 다니는 자녀들을 위해 시험 문제와 정답을 빼돌린 사건으로, 성적평가를 방해한 혐의(업무방해)로 2020년 3월 징역 3년형이 확정됐다.

극중 장영남은 아들 학교 교무부장의 자식 문제를 도와준 대가로 시험지 유출을 청탁한다. 일종의 상부상조를 한 셈. 아들 선재는 유출된 시험지인줄 모르고, 친구 해이에게 공유하고, 의도치 않게 범죄(?)에 가담하게 된다.

이는 쇠구슬 사건의 범인인 동희를 연기한 신재하 캐릭터와도 연결된다. 동희의 엄마 역시 장서진 변호사와 마찬가지로 극성 엄마였다. 그는 큰 딸을 위해 시험지를 유출하고, 큰 딸은 이 사건을 계기로 자살하고 만다. 누나를 잃은 재하는 엄마의 과도한 성적 집착에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재하는 불특정 다수에게 쇠구슬을 쏘며 공부 스트레스를 푼 것으로 보인다. 이후 홀로 된 재하는 누나가 유일하게 어른이라고 칭찬했던 치열을 자기 인생의 의미로 삼고, 치열에게 해가 되는 사람을 공격한다.

재하의 과거사는 2011년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었던 고3 우등생 친모 살해사건을 떠올리게 한다. 모친의 ‘공부’ 강요와 집착에 시달리던 아들은 급기야 성적을 위조하고 '성적이 떨어지거나 공부를 하지 않으면 밥을 주지 않거나 잠도 재우지 않고 야구방망이 등으로 폭행도 서슴지 않던' 어머니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일타스캔들’이 소환한 끔찍한 실화사건들
tvN /사진=뉴스1

잠을 자지도 못한 채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던 그는 ‘학부모 총회’를 하루 앞두고 자신의 성적위조가 들통날까봐 ‘최악의 선택’을 하며 패륜아로 전락하고 말았다.

흔들리는 청소년, 누구를 위한 사랑과 집착인가?

자신보다 가정형편이 좋지 않은데도 늘 당당한 해이에게 1등을 놓친 방수아(강나언 분)는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

초반에는 밉상 캐릭터로 활약해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1등에 대한 집착과 입시에 대한 강박으로 환각과 환청을 겪고, 친구를 죽이는 싶은 자신의 마음에 화들짝 놀라는 모습으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엄마가 유출한 시험지 덕에 전교 1등을 하게 돼 남몰래 죄책감에 시달리는 선재와 함께 수아는 입시경쟁에 내몰린 학생들의 가혹한 현실을 드러내며 인성교육이 결여된 과도한 학벌 지상주의의 폐해도 드러낸다.

특히 수아가 자신의 엄마를 ‘무수리’ 취급하는 모습은 부모의 자식 농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다.

선재는 우리사회가 얼마나 학벌 지상주의인지 모른다고 강조하는 변호사 엄마에게 묻는다. “그래서 엄마는 행복해요?”
남편과 이혼 위기인 장서진은 결국 혼술을 하며 자조한다. “나도 내가 너무 무섭다. 어디까지 갈지. 얼마나 더 나빠질지”

1등은 한명 뿐이다. 그렇다면 2등부터 모두 루저가 된다. 1등 마저도 언제 2등이 될지 불안하다. 방수아가 그랬다.

경쟁에서 이겨 1등이 된다고 해도 행복할지는 미지수다. 일타강사 최치열도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 1조원의 남자지만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부모 세대가 자녀 세대에게 진정으로 물려줘야 하는 것은 삶에 대한 올바른 가치와 정의로운 사회일 것이다. 최근 학폭 가해자인데도 ‘아빠 찬스’로 명문대에 진학한 ‘정순신 사태’가 온 국민의 분노를 자아냈다. 권력이 정의가 된다면, 모두가 불행해질 수 밖에 없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