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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애인 등 주변 남성에게..여성, 하루에 한명꼴 살해당한다

한국여성의전화 2022년 사건 분석 결과

남편, 애인 등 주변 남성에게..여성, 하루에 한명꼴 살해당한다
출처=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난 한 해 남편·애인 등 친밀한 관계에 있는 남성에게 살해되거나 살해 위협을 받은 여성이 최소 하루에 1명 꼴인 것으로 나타났다.

8일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2022년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분석한 결과 남편과 애인, 자녀나 부모, 친구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에게 살해된 여성은 최소 109명, 살인미수 등으로 살아남은 여성은 최소 263명으로 나타났다.

372명의 피해자 중 연령대를 파악할 수 있는 159명에 한해 피해자 연령대를 분석한 결과 40대가 25.79%(41명)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50대 14.47%(23명), 60대 10.06%(16명), 10대 6.29%(10명), 70대 이상 4.4%(7명)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언론 보도만을 바탕으로 한 수치로,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하면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피해자 372명 중 61명(16.4%)이 피해자의 자녀나 부모, 친구 등 지인, 전·현 파트너 등 피해자의 주변인이었으며 이들 역시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했다. 전년도와 비슷하게 2022년에도 배우자 관계에서의 주변인 피해자 중 '자녀'인 경우가 27명 중 11명으로 40.7%에 달하며 가장 높은 수치로 나타났다.

데이트 관계의 주변인 피해는 부모·형제·자매 등 친인척이 28.1%(9명), 자녀와 동료·친구 등 지인이 각각 18.7%(6명)로 동일하게 나타났으며, 전·현 배우자·애인이 12.5%(4명)를 차지했다. 이처럼 여성살해 사건은 당사자뿐 아니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주변인, 피해 여성과 무관한 사람들의 생명에까지 심각한 피해를 미치고 있다.

여성 파트너를 살해한 가해자들은 범행동기에 대한 질문에 '이혼·결별을 요구하거나 재결합·만남을 거부해서'가 98명(26.3%)으로 가장 높았다. 뒤이어 '다른 남성과의 관계에 대한 의심 등 이를 문제 삼아' 61명(16.4%), '홧김에, 싸우다가 우발적' 48명(12.9%), '자신을 무시해서' 19명(5.1%), '성관계를 거부해서' 7명(1.9%)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국여성의전화는 "이러한 범행 동기는 여성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을 때 살인을 저질러도 된다는 인식을 공통으로 드러내고 있다"며 "친밀한 관계 내 여성을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소유물로 보는 가부장적 관점이 여전히 보편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체 피해자 372명 중 99명(26.6%)은 살해당하거나 살해될 위협에 처하기 전 스토킹 피해를 입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히 살펴보면, 배우자 관계에서는 96명 중 23명(23.9%), 데이트 관계에서는 206명 중 61명(29.6%)에 달했다. 여성가족부의 가정폭력 피해자 조사에서도 34.2%가 배우자와의 별거나 이혼 과정에서 스토킹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친밀한 관계 내 여성폭력의 특성상, 가해자는 피해자와 같이 거주하거나 피해자의 개인 정보를 상세히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가정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가정폭력처벌법)에는 최소한의 보호조치로 가해자와 피해자 격리, 접근금지, 유치장 또는 구치소에 유치 등을 청구할 수 있는 긴급임시조치와 임시조치 등이 있다.

하지만 2021년 가정폭력 가해자 검거 인원수가 5만3985명이었음에도 경찰이 수사단계에서 직접 긴급임시조치를 취한 비율은 7.2%(3865명), 임시조치를 신청한 비율은 12.4%(6704명)에 그쳤다. 게다가 긴급임시조치를 위반해도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정도에 그쳐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9년부터 14년간 언론에 보도된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살해 피해자는 최소 1241명이다. 살인미수 등까지 포함하면 2609명, 피해자의 주변인까지 포함하면 3205명이다.

단체는 "한국은 1.17일에 한 명의 여성이 남편이나 애인 등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해될 위험에 처해있는 나라"라며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강력한 성평등 추진체계를 구축하고 집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