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

"가족도 친구도 사이비 피해자였다"....'나는 신이다' 조성현 PD(종합)

"가족도 친구도 사이비 피해자였다"....'나는 신이다' 조성현 PD(종합)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반응이 예상 이상. 정신이 없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나는 신이다’의 조성현 PD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우리사회에 화두를 던지고 싶었는데 그렇게 된 것 같아서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 " 우리 가족, 친구도 피해자였다, 남의 이야기 아냐"

지난 3일 공개된 '나는 신이다: 신이 배신한 사람들’은 여성 신도 상습 성폭행 혐의로 재판 중인 기독교복음선교회(통칭 JMS) 총재 정명석의 만행을 다룬 ‘JMS, 신의 신부들’을 비롯해 ‘오대양, 32구의 변사체와 신’, ‘아가동산, 낙원을 찾아서’, ‘만민의 신이 된 남자’ 등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8부작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리즈다.

방송 공개 후 아이돌 그룹 DKZ 멤버의 부모부터 한 여대 댄스동아리가 JMS 신도 혹은 전도 단체로 알려지면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앞서 반(反) JMS 단체 ‘엑소더스’ 대표 김도형 단국대 교수는 9일 KBS 1TV ‘더 라이브’에 출연해 우리사회 곳곳에 사이비 종교 신도들이 있다며 “KBS PD도 현직 신도”라고 폭로해 KBS가 발칵 뒤집혔다.

MBC 'PD수첩'과 '남극의 눈물'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등을 연출한 그는 이번 작품 기획 배경에 대해 “MBC에서 만들 계획이었는데, 내부적 이유로 한번 엎어졌다. 묻기 아까워서 넷플릭스에 제안했고, 2년간의 제작 기간을 통해 이렇게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우리 가족 중에서도 사이비 종교 피해자가 있었다. 친구도 피해자다. 나한테는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나 자신의 이야기였다. 숙제와 같았던 주제였다”라고 말했다.

마음을 정한 결정적 순간이 있는지를 묻자 그는 “김도형 교수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다”라고 답했다. 대학시절 친구의 전도로 JMS를 처음 접한 김 교수는 지난 1995년부터 30년째 피해자들을 돕고 있다. JMS 교도들은 그런 김씨의 학교와 사무실에 기습해 집단 폭행을 저지르고, 김씨 아버지의 광대뼈를 함몰시키는 등 테러를 자행했다.

조PD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기에 누군가가 싫다고 그 가족에게 테러를 가하나? 그런데 아버지께서는 아들 대신 내가 테러를 당해서 행복했다고 하더라. 이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싶었다. 그게 이 작품을 만들겠다고 결심한 결정적 순간이었던 것 같다”고 돌이켰다.

이번 다큐멘터리를 만들면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무엇일까? 그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했다. 피해 사실을 모자이크 처리하거나 사이비 교주가 몹쓸 짓을 했다며 자막 처리하고 싶지 않았다”며 “왜 이런 사건이 반복되는지, (시청자들과) 같이 고민하길 바랐다.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제작 과정에서 어려움을 묻자 “가장 큰 어려움은 (나에 대한) 미행, 협박보다는 인터뷰에 응하기로 했던 피해자가 촬영 당일에 사라지거나 연락받지 않은 경우였다”고 답했다.

폭로 위주의 내용 전개로 선정적 장면이 너무 많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제2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는게 이 프로그램 의 제작 의도였다"며 "수차례 사이비 종교의 폐해를 다뤘지만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점에 미뤄볼 때, 사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지금과 같은 형태가 맞다고 봤다"고 확신했다.

"있는 그대로 사실을 보여주지 않으면 (사이비 종교) 내부에서 또 다른 거짓말을 할 것이라고 봤다. (정명석의 피해자인) 메이플이라는 친구가 사실 한국 방송에 나온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JTBC 뉴스룸에 나온 적이 있다. 근데 지금 이 사람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냐?"고 되물었다.

"피해의 1/10밖에 안보여준 것이다. 나머지 9/10은 김도형 교수가 쓴 책을 읽어보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피해자를 비롯해 이번 다큐멘터를 위해 200여명 가량을 인터뷰했다고 밝힌 그는 “(피해자) 섭외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가족도 친구도 사이비 피해자였다"....'나는 신이다' 조성현 PD(종합)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뉴스1


"남편이 피해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인터뷰를 하기 전에 일단 만났고, 긴 시간을 갖고 신뢰를 얻었다. 다큐멘터리가 나간 뒤에는 (그들이)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지 않은 게 아쉽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 "인터뷰 응한 피해자들 용기 인정받아야"

“(공개 후) JMS 탈퇴자들 카페에 들어가니 ‘이 다큐를 보고 탈퇴했다는 글이 종종 보이더라. 내부자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어나고 있다고 본다. 개인적으로 보람을 느낀다”고 뿌듯해했다.

시즌2에 대한 계획이 있을까? 그는 “집사람이 시즌2 이야기를 듣고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가겠다고 하더라”며 “그런데 일단 공부를 시작했고 또 다른 피해자를 만났기 때문에 멈출 수 없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면서도 가족이 걱정된다고 했다. 그는 "늦게 낳은 딸과 아들이 있다.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한편으론 내가 촬영하면서 벌어진 일은 무엇인가? 싶다"며 "김도형 교수와 그의 아버지가 (테러를)당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이잖나. 우리사회가 달라졌다는 나의 믿음과 현실간의 괴리가 있다. 위협이 있을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걱정했다.

그는 사이비 종교의 폐해가 계속되는 이유로 "우리사회가 종교에 대해서 방관자 입장을 취하는게 아닌가.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사회지만, 범죄를 저지르는 종교에 대해서는, 종교성을 인정하지 않아야 하지 않나? 명문대생도 사이버 종교에 빠진다. 지적인 문제가 아니라 누구나 당할수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김도형 교수는 KBS에서 신도가 있다로 주장했다. 그는 "MBC에도 (신도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정보가 유출 될때는 우리 팀에 있는 사람도 의심했다. 넷플릭스에도 혹시 있는지 알아봐달라고 요청했다"며 사회 곳곳에 사이비 종교의 손길을 닿아있음을 알렸다.

그러면서 피해자에 대한 마녀사냥을 경계했다. "잘못은 종교를 믿은 사람이 아니라, 교주가 잘못한 것이다. 특히 말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얼굴을 공개하고 자신의 피해사실을 밝힌 (나는 신이다) 출연자들에게 감사한다. 사회적으로도 그들의 용기가 인정받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나도 인터뷰 당시 (그들에게) 왜 믿었냐고 많이 물었다.
나중에 그들이 '내가 그 질문을 했을 때' 상처받았다고 하시더라. 내가 미쳐서 그랬나봐요라고 말할 수 밖에 없으니까. 그들은 오로지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없길 바라서, 나같이 자식을 잃은 엄마가 없길 바랐다. 때문에 그들의 용기있는 선택은 존경받아야 하지 비난의 대상이나 조롱의 대상이 되면 안된다. 그들의 용기가 칭찬받길 바란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