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지하철 계단에서 피자를 물고 이동하는 쥐. 트위터 캡처
[파이낸셜뉴스] "쥐를 잡자. 쥐를 잡자, 찍찍찍. 몇 마리!?". 한 때 꽤나 인기있었던 한 국내 예능프로그램에서 유행한 게임 시작 전에 했던 일종의 추임새다.
미국의 경제 수도 뉴욕에는 1000만마리의 쥐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뉴욕은 '쥐 짜르(rat czar·쥐 방역 책임관)'를 임명하고 쥐떼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15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에릭 애덤스 뉴욕시장은 뉴욕시 쥐 방역 책임관으로 시 교육국 직원인 캐슬린 코라디를 임명했다. 뉴욕시 최초의 쥐 방역 책임관이 된 코라디는 쥐 개체 수를 줄여 주민들의 삶의 질과 건강 문제 해결에 앞장설 계획이다. 그는 쥐 문제와 관련해 지역사회 조직 및 민간 부문 전반에 걸쳐 총책임자 역할도 맡는다.
현재 뉴욕시에 얼마나 많은 쥐가 서식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는 없다. 그러나 2014년 집계된 통계에 의하면 당시 뉴욕시에는 약 200만마리의 쥐가 서식했으며, 2016년 뉴욕시 당국은 이보다 3배인 600만마리 정도가 뉴욕시에 서식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러한 추세를 고려하면 2023년 현재에는 최소 1000만마리가 살 수 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특히 코로나19의 팬데믹 이후 쥐들의 활동을 더욱 대담해졌다. 지난해 9월까지 뉴욕시에 접수된 쥐 목격 신고는 2만1600여건으로, 2020년 같은 기간 대비 71% 급증했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로도 20%가까이 늘었다.
코로나19 사태 발생 직후 뉴욕시가 식당 영업을 중단시키면서 쥐 떼가 실외로 나와 먹이를 찾기 시작했고, 코로나19가 잠잠해진 뒤에도 먹이를 찾아 거리에 출몰한 쥐들이 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지난 2015년에는 뉴욕 한 지하철 계단에서 피자를 옮기는 이른바 '피자 쥐' 영상이 확산해 논란이 일었다. 지난 2월에는 뉴욕 지하철 안에서 잠든 남성의 몸을 오르락거리는 대형 쥐의 영상이 공개돼 충격을 안겼다.
쥐 떼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높아지자 뉴욕시는 잠금장치가 달린 쓰레기통을 시내 곳곳에 설치하거나 쥐 구충제 등을 배치했으나, 큰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앞줄 왼쪽)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뉴욕의 '쥐 방역 책임관(rat czar)'으로 임명된 캐슬린 코라디(앞줄 오른쪽)를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결국 뉴욕시는 거액의 연봉을 걸고 '해결사'를 찾아 나섰다. 당시 뉴욕시는 쥐 방역 책임관 구인 공고에서 "뉴욕에 서식하는 쥐 떼와 싸우기 위한 '킬러 본능'과 신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시장실에 따르면, 코라디는 설치류 박사는 아니지만, 센트럴 브루클린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지내고 브루클린 식물원에서 프로그램 리더 등을 맡으며 경력을 쌓았다. 또 교육국 재직 당시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이니셔티브를 주도해 쥐 개체 수 감소에 큰 공을 세운 바 있다.
코라디의 연봉은 15만5000달러(약 2억 176만원)으로 전해졌다.
코라디는 "쥐는 위생, 건강, 주택, 경제를 포함한 시스템의 문제"라며 "첫 번째 '쥐 방역 책임자'로 임명돼 쥐 퇴치에 과학과 시스템 기반으로 한 접근 방식을 도입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피자 쥐'로 오명을 쓰고 있는 뉴욕시에서 더 이상의 쥐 출몰은 용인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fair@fnnews.com 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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