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 소재 한 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21명이 사망했다. 소셜미디어에 게시된 화재 영상에 건물 외벽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포착됐다. 2023.04.19. (사진 = 트위터 캡처) photo@newsis.com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한 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2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온라인 상에서 화재 당시 모습이 담긴 영상 및 사진과 관련 검색어, 댓글이 대부분 사라졌다. 이에 중국 당국이 해당 화재 발생으로 인한 사회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대대적인 검열에 나선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18일(현지시간) 낮 12시 57분께 중국 베이징 펑타이구에 위치한 한 병원에 화재가 발생했다는 신고가 현지 소방당국에 접수됐다. 불은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오후 1시 33분께 꺼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 화재로 인해 환자와 의료진 등 142명이 대피했고, 사망자는 현재까지 29명이 것으로 확인됐다.
1985년에 설립된 해 병원은 톈안먼 광장에서 서쪽으로 약 10㎞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으며, 혈관종양 등을 전문으로 하는 베이징시 의료보험 지정 병원으로 알려졌다.
화재 발생 직후 온라인상에는 중국 누리꾼들이 해당 화재 현장을 찍은 영상과 사진이 공개됐다. 특히 불이 나자 환자와 의사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병원 외벽에 설치된 에어컨 실외기에 몸을 의지한 채 구조를 기다리거나 창문 밖으로 밧줄을 떨어뜨려 탈출하는 영상 등이 큰 주목을 받았다.
베이징 시내 병원 화재로 인해 병원 외부에 매달려 있는 한 시민의 모습. /영상=트위터 캡처
그러나 19일 홍콩 명보 등에 따르면 현재는 웨이보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베이징 병원 화재와 관련된 영상과 사진들을 볼 수 없게 됐다. 소셜미디어 사진과 영상은 물론 관영매체가 당국의 발표와 함께 보도한 영상과 사진도 밤사이 모두 사라졌으며,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서도 관련 내용은 사라졌다.
중국 수도 한복판에서 벌어진 대형 사고인 만큼 화재 소식은 포털사이트 바이두와 소셜미디어 웨이보 등에서 실시간 검색어 1위를 하며 큰 관심을 받았지만 밤사이 검색어 순위에서 사라진 것이다.
대신 중국 관영매체들은 인리 베이징 당 서기와 인융 베이징 시장이 화재 현장을 찾아 현장을 지휘하고 부상자들을 위로했다는 소식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화재 관련 영상이 삭제된 것과 관해 후시진 전 환구시보 편집장이 자신의 웨이보에 게시한 글도 지워졌다. 후 전 편집장은 “화재에 대한 사진과 영상을 찾을 수 없는데, 나는 이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당국이 영상 자료를 포함해 제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그러나 이 글은 이내 사라지고 “사고가 어떻게 발생했는지 정보가 공개될 것으로 믿는다”는 내용의 글로 교체됐다.
명보는 이번 화재와 관련해 관련 영상 및 사진의 삭제와 더불어 당국의 늑장 발표를 문제 삼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화재 당일 12시 57분이었던 신고 시간으로부터 한참 지난 오후 8시 57분이 돼서야 당국의 발표가 나왔다. 이에 대해 명보는 “베이징 한 병원에서 불이 나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당국은 화재 발생 8시간 뒤에야 100여 자 짜리 보도자료를 발표했다”고 지적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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