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 건축왕 전세사기' 세번째 사망자
빈소 앞엔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 조화
전세사기 피해자 눈물 속 발인. /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중 세 번째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A씨의 발인이 오늘(20일) 새벽 진행됐다.
20일 오전 인천시 중구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전세 사기로 보증금 9000만원을 잃고 숨진 피해자 A씨(31·여)의 발인이 엄수됐다.
빈소 앞에는 '당신의 잘못이 아닙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호환이 놓여 있었다. 유망한 운동선수였던 고인을 기리고자 여러 체육 단체에서 보낸 화환들도 자리를 지켰다.
발인은 유족의 끝없는 오열 속에 치러졌다. 슬픔에 몸조차 제대로 가누지 못한 아버지 B씨(54)는 다른 이들의 부축을 받으며 딸을 배웅했다. 그는 비틀거리는 다리에 애써 힘주며 딸의 관이 운구차에 실리는 모습을 지켜봤다. 관은 A씨와 이웃이기도 했던 전세 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관계자 등의 손에 들려 운구차에 실렸다. 영정을 두 손에 든 여동생은 내내 고개를 떨군 채 침통한 표정이었다.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원회 관계자는 "너무나 안타까운 상황에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다른 전세사기 피해자들도 심리적으로 크게 동요하고 있다"라며 정부의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20일 오전 인천 중구 인하대병원 장례식장에서 100억원대 전세사기 행각을 저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60대 건축업자, 이른바 '건축왕'의 피해자 중 세번째로 세상을 떠난 육상 국가대표 출신 30대 여성의 발인이 엄수되는 도중 유족이 오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A씨는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국내 최연소 육상 국가대표 선수로 발탁돼 여자 해머던지기 종목 5위를 한 유망주이기도 했다. 국내외 대회에서 선전하며 선수와 코치 생활을 이어가던 그는 2019년 9월 인천 미추홀구에 정착한 뒤 '건축왕 전세 사기' 사건의 피해자가 됐다. A씨가 살던 아파트는 지난해 전세 사기 피해로 전체 60세대가량이 통째로 경매에 넘겨졌다.
그는 재계약을 하면서 임대인 요구로 보증금을 9000만원으로 올려줘 최우선변제금조차 받지 못했다. 소액임차인은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라 전셋집이 경매에 넘어갔을 때 일정 금액의 최우선변제금을 보장받지만, 2017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전세보증금이 8000만원 이하여야 최우선변제금으로 2700만원을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30대 청년에게 9000만원은 사실상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돈이었다.
A씨는 17일 오전 자택에서 손 글씨 유서를 남기고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으나 결국 숨졌다. 그는 세 번째로 숨진 전세 사기 피해자다. 앞서 2월 28일과 14일에도 건축왕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20∼30대 피해자 2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