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권 위기설에 우리나라 경기부진
달러화 약한 와중에 원화 더 약세
전문가들 "상단 1350원이 저항선"
2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2489.02)보다 0.47포인트(0.02%) 오른 2489.49,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838.71)보다 2.77포인트(0.33%) 하락한 835.94,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332.2원)보다 6.9원 오른 1339.1원에 출발했다. 2023.4.26/뉴스1
[파이낸셜뉴스] 원·달러 환율이 1340원대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와 한국의 경기부진으로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26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종가(1332.2원) 대비 6.9원 오른 1339.1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오전 9시 13분께 1340.5원으로 1340원대를 찍고 1338원대에서 등락 중이다.
이날 환율은 지난 24일 기록한 시가 기준 연고점(1332.5원)을 6.6원 상회해 이틀 만에 연고점을 경신했다. 같은 날에는 1334.8원에 거래를 마쳐 종가 기준으로도 연고점을 경신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28일(1340.2원) 이후 최고점이기도 했다.
환율은 지난해 10월 1440원대로 급등했다가 올해 1월 1200원대로 하향했다. 2월 말부터 3월까지 1300원대 안팎에서 등락하다 이달 중순 이후 1330원대까지 치솟았다.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미국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오전 10시 40분 기준 101.820으로 전날에 비해 소폭 하락했다. 달러화가 약세인 와중에 원화가 더 약세를 보여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최근의 원·달러 환율 급등은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와 전날 우리나라 경기부진 우려로 원화가 약세를 보여서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졌다. 국내 증시의 경우 전날 2차전지 테마주 중심으로 크게 빠졌고 테크기업 주가가 하락했다"라며 "글로벌 금융불안에 대한 우려가 위험회피 심리로 이어져 환율 상승 압력을 높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퍼스트리퍼블릭발(發) 은행권 위기설이 점화한 것도 위험회피 심리를 키우고 있다.
김 연구원은 "미국 은행주들이 하락했다. 외국인이 불안 심리에 원화자산을 매도하고 달러화를 매수하고 있다"면서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진 영향으로 특히 원화가 약세"라고 분석했다.
우리나라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가 높은 것도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이유다. 전날 발표된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기대비 0.3% 성장했지만, 순수출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4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수출경기 부진이 확인됐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상수지 적자가 이어지고 있고 전날 GDP도 좋은 지표라고 보기 어렵다"라며 "우리나라의 펀더멘털 자체가 안 좋기 때문에 달러가 약세인데도 원화가 더 약세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경상수지가 당분간 큰 폭 흑자를 내기 어렵고 경기부진도 단기간 내 개선이 어렵기 때문에 환율 상승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봤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불안, 우리나라 경기 부진, 수급 영향 등을 고려할 때 상반기 내 1차 환율 저항선을 1350원대로 잡았다. 이 연구원은 "4월말 5월초 법인들의 배당금 지급 기간인 만큼 외국인 주주들에게 돈을 보내는 과정에서 달러화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며 당분간 환율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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