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파서" 외상 부탁한 미혼모 사연 '진짜'
"내가 선택한 신뢰, 돌려받은 기분이었다"
('아프니까 사장이다'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미혼모 손님의 외상 요청을 받고 실제로 음식을 보내준 가게 사장이 후기를 전했다. 며칠 후 손님은 약속대로 음식값을 입금했고 사장은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그를 위해 가게 식구로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내용이다.
지난 2일 사장 A씨는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해당 사연 관련 후기를 올렸다. A씨는 "월요일(1일) 오전 제게 장문의 문자가 먼저 왔고 계좌로 (돈을) 입금받았다"라며 "제가 선택한 것에 신뢰로 돌려받은 기분이었다"라고 적었다.
'외상 요청' 거짓이라도 보내주겠다고 한 식당 사장
앞서 A씨는 지난 4월 30일 글을 통해 한 미혼모 고객이 외상을 요청했다고 전한 바 있다. A씨에 따르면 당시 배달 요청사항이 적힌 주문서에는 “미혼모에 임신 중인데 배가 너무 고프다. 당장은 돈이 없어서 염치없지만 부탁드린다. 돈은 다음 주말 되기 전에 이체해 드릴 테니 제발 부탁 좀 드린다”라고 적혀있었다. A씨는 당시 “모르겠다, 거짓말이라도 이건 보내주기로 했다”라며 음식을 외상으로 보내주었다는 사연을 올렸는데 이날 후기글을 올린 것이다.
입금 약속 지킨 미혼모, 중학생때부터 다녔던 단골손님
돈을 입금받은 A씨는 자신의 아내를 통해 손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성 손님에게 아내가 다가가는 게 나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였다. 손님은 처음에는 민폐라며 예의를 차려 거절했지만, 아내가 “우리도 딸 둘을 낳고 키워서 얼마나 힘든지 잘 안다”라고 다독이자 본인 집에 오는 것을 허락했다고 한다.
아내와 함께 손님 집을 찾은 A씨는 금세 손님을 알아봤다. 이전부터 여러 차례 A씨의 가게를 찾아왔었던 단골 손님이었던 것이다. A씨는 "일주일에 3~4번은 오던 중학생들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인데 이름은 기억이 잘 나지 않았지만 얼굴은 잘 기억났다"라며 "또래보다 키가 엄청 컸고 항상 문 열고 들어오면서 큰 소리로 '안녕하세요' 웃으면서 인사하던 친구라 저 포함 저희 직원들도 예뻐했던 학생"이라고 회상했다.
A씨에 따르면 현재 19살인 손님은 사정이 생겨 부모님과 따로 살게 됐고, 아르바이트하면서 제과기능사 공부를 하던 중 아이가 생겼다고 한다.
집 찾아가 파트타임 제안한 식당집 아내.. '훈훈'
A씨는 “마트에 가서 휴지, 물티슈, 즉석밥, 계란, 요구르트, 미역, 국거리, 고기, 참치 등을 사서 고객집에 가서 정리를 해줬다”라며 “냉장고를 열어보니 저희 가게에서 주문했던 참치마요밥과 야채죽을 밀폐용기에 나눠 담아 놓았더라”라고 말했다.
조금이라도 더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 A씨는 미역국도 끓여줬다고 한다. 배가 불러오면서 기존에 하던 의류모델 아르바이트도 더 이상 못할 것 같다는 손님에게 A씨는 일자리도 제안했다.
"하루 2시간 정도만 하는 파트타임 자리가 있는데 어떠냐"라는 A씨 제안에 손님은 "시켜만 준다면 열심히 하겠다"라고 답했다.
A씨는 "저는 그렇게 좋은 사람, 따뜻한 사람은 아니다"라며 "그냥 초등학생 딸 둘 있는 애 아빠 입장에서 든 마음일 뿐이다. 그렇게 선행을 했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여러분 모두 매장에 누군가 들어와 밥 한 끼 요구했다면 대부분 들어주셨을 법한 그 정도의 마음"이라고 겸손함을 보이기도 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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