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지수는 지난 4월 85.47로 2020년 10월(85.03)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뉴스1
[파이낸셜뉴스] 서울 아파트 역전세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년 전 집주인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의식해 전세가를 높여 계약을 체결했지만 최근 전세가는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인상에 따른 전세대출 부담으로 월세 수요가 늘어난 대신 전세 수요가 감소한 점도 역전세난 원인이다. 역전세난은 전세가가 기존 계약 때보다 하락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기 어려워진 상황을 의미한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 9개월째 하락
4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지수는 4월(85.47)로 2020년 10월(85.03) 이후 최저치다.
지난해 7월(100.64) 이후 9개월 연속 하락했다. 올해 들어서도 1월(90.50), 2월(88.12), 3월(86.54) 떨어지고 있다. 특히 ‘서울 전세거래 활발지수’(100 기준 초과 활발, 미만 한산함)에 따르면 4월(16.5)은 전월(16.7) 보다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를 가격순으로 나열하고 ‘정 가운데’ 놓인 중위 전세가격도 떨어지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4월 서울 아파트 중위 전세가는 4억9833만원이다. 지난해 4월(6억976만원) 대비 1년 새 1억1000만원 이상 떨어졌다. 서울 아파트 중위 전셋값이 5억원 이하로 하락한 것은 2020년 9월(4억6833만원) 이후 처음이다. 역대 최고액은 2021년 9월(6억2680만원)이다.
부동산 업계는 최근 전세가가 급락한 점을 역전세난 원인으로 꼽았다. 전세가가 떨어진 이유는 매매가격 하락에 따른 동반하락 및 계약갱신청구권 때문이다. 2020년 7월 31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임대차3법)으로 도입된 '계약갱신청구권'은 세입자가 1회에 한해 집주인에게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일컫는다. 전·월셋값이 급등해도 임대료 5% 내에서 세입자의 4년 거주를 보장한다는 취지다.
집주인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의식해 전세가를 높였지만 최근 전세가 하락이 기존 전세보증금에 들어올 신규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진 이유다. 강남구 인근 공인중개사 A씨는 “기존 전세보증금과 비슷한 수준에 계약할 신규 세입자를 찾기 어렵다”며 “ 갭투자(전세낀 매매)를 한 집주인은 기존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돌려줘야 하는데 신규 세입자를 못 구해 발만 동동 구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올해까지 역전세난 지속될 전망
올해 서울 아파트 전세거래 중 직전 거래 대비 하락거래 비중은 더 크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26일까지 동일단지·동일면적 전세거래 7764건 중 2년 전 보다 하락거래된 건은 4982건(64.2%)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부동산 업계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고점에 전세 계약을 한 임차인들의 계약 만료 시점이 도래하면서 전세보증금 반환 지연에 따른 임대인과 임차인 간 갈등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역전세난은 계속될 것으로 봤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전셋값 약세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가격이 고점이었던 2021년~2022년 초 계약한 임차인들의 전세 만료 시점이 속속 도래하면서 역전세 이슈는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며 “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대도시 및 신축 아파트도 역전세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거래 당사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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