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부모, 가해자 아닌 '영상 유포자' 명예훼손 처벌 요청
최근 인스타그램과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되고 있는 ‘07년생 만행’이라는 제목의 영상. 출처=인스타그램
[파이낸셜뉴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07년생 만행' 널리 퍼뜨려주세요."라는 주장과 함께 주차장에서 10대 여학생들 간의 폭행 장면이 담긴 영상이 확산되고 있다.
영상에는 주차장에서 여학생 한명이 상대 여학생에게 일방적으로 폭행 당하는 모습이 담겼다. 검은색 상의를 입은 A양이 B양의 머리채를 잡고 끌고 다니거나 쓰러진 B양의 머리를 발로 수차례 걷어차는 모습이 담겼다.
쌍방폭행인데.. 피해자 맞는 부분만 편집해 유포
이같은 영상은 공개된 이후 폭행이 벌어진 장소를 두고 '성북구다' '노원구다' 하는 추측이 잇달았으며, 폭력을 가한 학생의 신상을 알아냈다며 A양의 이름과 학교 등을 공유하는 이들까지 나오기도 했다.
그런데 영상에서 피해자로 지목된 B양과 그의 부모는 A양이 아닌, 해당 영상을 촬영하고 유포한 사람을 명예훼손으로 처벌해달라고 경찰에 요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3월 26일 서울 강북구의 한 건물 주차장에서 발생했다. A양과 B양은 고등학생 1학년생 동갑내기로 서로 다른 학교를 다니는 '친구의 친구' 사이다.
두 사람은 이날 채팅을 하다가 서로 언쟁이 붙어 '부모 욕'까지 해가며 다투다가 특정 장소에서 직접 만나 싸우기로 했다. 두 사람은 초반 몇 분간 서로 치고받다가 점차 B양이 밀리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A양이 일방적으로 B양을 때렸다. 영상 게시자는 전체가 아닌 이 부분만 편집해서 온라인에 올린 것이다.
두 여학생은 화해했지만.. "영상 유포로 피해" 수사 요청
결국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고, 양측 보호자도 경찰서에 나와 함께 조사를 받았으며 서로 화해했다고 한다. 양측 보호자도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각자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
경찰 관계자는 "A양이 가한 폭행이 조금 더 과한 측면이 있지만 법리적으로는 서로 가해자이면서 피해자"라며 "폭행은 반의사 불벌죄라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된다"고 했다. 그렇게 지난달 말까지는 경찰의 조율 하에 사건은 원만하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그런데 문제의 '싸움'을 촬영한 영상이 이달 초부터 SNS에 공개되면서 논란이 확산된 것이다. 최초 출처는 불분명하지만 영상은 캡처본이나 공유 형태로 여러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있다.
특히 '싸움의 전 과정'이 아닌 A양이 일방적으로 때리는 부분만 편집해 퍼졌다.
이에 영상에서 일방적으로 폭행당한 B양과 그의 부모는 "영상을 찍어 유포한 이를 찾아 처벌해달라"며 경찰에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쌍방 폭행 사건은 조만간 종결될 방침인데, 영상 유포로 인해 A양과 B양 모두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며 "관할 사이버수사팀에서 '학폭 영상' 유포자와 경로를 수사하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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