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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장女, 엉덩이 골이.." 지켜줄거라 믿은 청원경찰에게 당했다

"헬스장女, 엉덩이 골이.." 지켜줄거라 믿은 청원경찰에게 당했다
(기사와 관련 없는 사진) 출처=워니 유튜브 방송 캡처


[파이낸셜뉴스] 서울 강남구청 청원경찰이 여성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뒤 단체 대화방에 유포한 사실이 뒤늦게 발각됐다.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는 서울 강남구청 청원경찰 A씨가 여성의 신체를 불법 촬영한 뒤 단체 대화방에 공유했다는 폭로글이 올라왔다. 불법 촬영물이 유포된 단체 대화방은 청원경찰들이 모인 대화방으로 알려졌다.

A씨는 2021년 학동역 인근의 한 헬스장에서 여성의 얼굴과 다리, 상체 등이 담긴 사진 2장을 몰래 찍어 청원경찰 단체 대화방에 공유하며 “찍는 순간 절묘하게 가렸네요. 일부로 구도 잡고 찍어보려 했는데ㅋㅋ”라고 말했다.

A씨는 여성에 대한 성적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구청에서 절대 볼 수 없는 클래스”, “월화수목금토일 한 명씩 만나보고 싶다”, “여자가 레깅스 입고 엎드려서 하체 운동을 하는데 엉덩이골이...” 등의 성희롱 발언을 이어갔다.

"헬스장女, 엉덩이 골이.." 지켜줄거라 믿은 청원경찰에게 당했다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캡처


이를 본 다른 청원경찰이 “맘에 들면 예쁜 애들 앞에서 바지 한 번씩 내려. 그러면 경찰서에서 매일 만날 수 있을 거야”라고 답하자, A씨는 “생각도 못 한 꿀팁! 실행해보겠습니다”라고 맞장구치기도 했다.

이 폭로글을 올린 글쓴이는 A씨에게 “넌 안 되겠더라. 몰카(불법 촬영) 찍어대고 자랑인 것처럼 품평하듯 으스대는 것 꼴 보기도 싫다”며 “지나가는 사람들 힐끔힐끔 보면서 네 맘대로 품평회를 여는 것도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구청 청사를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는 청원경찰인 A씨가 불법 행위에 앞장섰다는 점이다. 노컷뉴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20년부터 강남구청에서 청원경찰로 근무하며 구청 청사의 경비·방호 업무를 맡아왔다.

청원경찰은 업무상 여성 화장실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고, 여성 숙직실 폐쇄회로(CC)TV를 볼 수도 있어 피해 범위가 더 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강남구청 통합공무원노동조합 임성철 부위원장은 “강남구청 직원 10명 중 7명이 여성이라 다들 불안해했다”면서 “노조 게시판에 해당 문제를 제기하는 글을 올린 것도 여성숙직자들이 A씨와 함께 당직을 못 서겠다고 얘기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화 캡처본에 나온 행위들은 엄연한 범죄행위고, 이러한 대화를 아무렇지 않게 일삼는 A씨의 성향을 보면 틀림없이 범죄 행위가 더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헬스장女, 엉덩이 골이.." 지켜줄거라 믿은 청원경찰에게 당했다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캡처

노조는 지난달 27일 구청에 A씨 문제를 공식 제기했다.
이에 강남구청 감사실과 총무과는 조사를 시작했고, A씨를 업무 배제했다. 지난 5일 강남경찰서에 수사 의뢰를 했고, 10일 A씨를 직위 해제했다.

구청 관계자는 “A씨의 추가 범행 여부는 수사를 해봐야 하는 사항이지만, 구청 안에 불법 촬영 카메라가 설치된 사실은 없다”면서 “A씨와 신원이 확인된 단체방 가담자들에 대해서는 경찰 수사 결과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