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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용품으로 속여 마약 반입 조직 송치…8만명분 압수(종합)

SNS로 광고·던지기 판매
17억원 상당 마약 압수
매수자 58명 중 첫 투약자만 27명

성인용품으로 속여 마약 반입 조직 송치…8만명분 압수(종합)
필리핀에서 약 8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대량의 마약을 들여와 유통한 조직의 관리책 A씨(48)가 12일 오전 서울 용산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성인용품으로 가장한 마약을 필리핀에서 국내로 들여온 일당이 붙잡혀 검찰에 송치됐다. 압수된 마약류만 약 8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이다.

서울용산경찰서(임현규 서장)는 마약류관리법 위반, 범죄수익 은닉 등 혐의를 받는 조직 관리책 한국인 A씨(48)와 유통·판매책 등 14명을 검거하고 이들 가운데 8명을 구속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날 A씨가 송치된 것을 마지막으로 이들 모두 현재 검찰에 넘겨진 상태다.

이들은 지난해 2월부터 필리핀에서 성인용품 알약인 것처럼 속여 마약류를 대량으로 국내 반입한 뒤 구글·트위터 등을 통해 거래한 혐의를 받는다. 유통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매수자와 거래를 약속한 뒤 가상자산이나 무통장 입금으로 대금을 지급받고 '던지기 수법'으로 이뤄졌다. 던지기 수법은 특정 장소에 마약을 숨긴 후, 구매자에게 그 장소를 알려주고 스스로 찾아가도록 하는 마약 판매 방식이다.

국내 유통·판매책을 모집하기 위해 SNS에 '고액 아르바이트'라고 광고하기도 했다. 이를 보고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회초년생이 유통·판매책으로 가담한 경우도 상당수였다.

경찰은 이들을 검거하는 과정에서 7만9000여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17억8000만원 상당의 필로폰, 합성대마, 엑스터시, 케터민 등 마약류와 현금 1400만원을 범죄수익금으로 압수했다. 관리책 A씨가 거래 대금 7억원 상당을 여러 계좌로 이체해 필리핀 현지 카지노 등에서 코인과 필리핀 페소화로 환전하는 방법으로 범죄수익금을 반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A씨를 인터폴 수배한 뒤 수배 1개월 만인 지난해 10월 18일에 서울경찰청 인터폴팀과 용산경찰서의 공조수사로 필리핀 은신처에서 검거했다. A씨는 지난 4일 경찰청과 필리핀 당국과의 국제공조를 통해 송환돼 이날 구속송치됐다. 이날 오전 9시께 서울 용산경찰서 건물에서 나온 A씨는 '자금관리책에 범죄수익금 얼마나 보냈는지', '대량 유통할 정도로 밀반입이 쉬웠는지' 등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호송차에 올라탔다.

또 경찰은 이들로부터 필로폰 등 마약을 매수하고 투약한 58명을 검거해 불구속 입건하고 상습투약자 1명은 구속했다. 20~30대가 대다수를 차지했으며 마약을 처음 접한 사람도 27명으로 전체의 47%에 달했다.

현재 경찰은 필리핀에 체류하며 마약류 국내 밀반입과 유통·판매, 수익금을 챙긴 한국인 총책 P씨의 신원을 파악해 수사 중이다.
P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하고 인터폴 수배 조치해 강제 송환을 추진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국민의 일상을 파괴하는 마약류 유통범죄자들에 대해서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끝까지 추적해 엄단하겠다"고 했다.

유통·판매책에 대해서는 "(모집책 광고에서는) 변호사 선임비까지 주겠다고 약속하지만 실제로 지켜질지 담보되지 않는다"며 "평생 마약 관련 전과자가 되니 절대 응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라고 당부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