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드론을 향해 팔로 'X'표시를 만드는 러시아 병사. /사진=텔레그래프
[파이낸셜뉴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바흐무트 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격퇴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홀로 남겨진 러시아 병사가 우크라이나군이 띄운 드론에 항복하는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공개됐다.
10일(현지시간) 영국 텔레그래프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은 우크라이나 동부 최대 격전지인 바흐무트에서 제92기계화보병여단이 드론으로 촬영한 영상을 공개하면서 “드론을 이용해 러시아 병사를 포로로 잡았다”라고 밝혔다.
해당 영상에는 러시아 병사들이 우크라이나군의 포탄 공격을 피해 달아나다가 포격에 맞아 참혹하게 죽어가는 모습 등이 담겼다.
이 포격에서 홀로 살아남은 한 러시아 병사는 우크라이나군의 드론을 발견하자 팔로 ‘X’자를 그리는 등 여러 몸짓을 하며 “죽이지 말아 달라”라고 간청한다.
이에 우크라이나군은 드론을 통해 러시아어로 ‘항복하고 드론을 따라가라’는 내용이 적힌 쪽지를 병사에게 전달한다.
자신의 목을 긋는 제스처를 취하는 러시아 병사. 이는 자신이 투항하면 러시아군이 자신을 처단할 것이라는 뜻으로 추정된다. /영상=트위터
쪽지를 확인한 해당 병사는 드론을 향해 손으로 자신의 목을 긋는 듯한 제스처를 한다. 이는 항복을 하면 오히려 러시아군이 자신을 처단할 것이라는 의미인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병사는 이후 잠시 망설이더니 곧 드론이 유도하는 방향을 따라 조심스럽게 전장을 탈출한다. 그가 이동하는 동선에는 사망한 병사들의 시신이 여러 구 보이기도 하며, 이 병사가 몸을 숙이고 참호를 따라 뛰어가는 동안에도 어디선가 포탄이 날아들어 바로 옆에서 터지기도 했다.
결국 전장을 무사히 빠져나온 해당 러시아 병사는 두 손을 들고 우크라이나군에 투항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항한 후 우크라이나 드론을 따라 전장을 탈출하는 러시아 병사. /영상=트위터
제92기계화보병여단의 유리이 페도렌코 드론 사령관은 “러시아 병사가 우크라이나 진지에 도착할 때까지 함께 했다”라며 “우크라이나군의 포로가 되면 러시아군대 보다 살아남을 확률이 더 높다”라고 말했다.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부 장관도 트위터에 해당 영상을 게시하며 “러시아 병사가 항복하고 우크라이나 포로가 됐다”라며 “그는 항복했다는 이유로 다른 러시아 병사들에게 공격을 받았다”라고 전했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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