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획사 쟈니스가 창업주의 성착취 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성년자 남성 연습생에 대한 성폭력 의혹이 불거진 일본 아이돌 소속사 쟈니스의 현직 사장이 정식으로 사과했다. 피해자들의 폭로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15일(현지시간) 교도통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쟈니스 사무소는 전날 약 1분짜리 영상을 통해 사무소 설립자인 고(故) 쟈니 기타가와의 성폭력 문제를 사과했다.
기타가와의 조카이자 현 사무소 사장인 후지시마 쥬리 게이코는 영상에서 "창업자의 성폭력 문제로 세상을 크게 소란스럽게 한 데 대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라고 운을 뗐다.
게이코는 이어 "무엇보다 피해를 호소하는 분들에게 깊이 사죄한다”라며 “관계자와 팬들에게 실망과 불안을 끼친 것에 대해서도 사죄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매우 늦었지만 여러 곳에서 받은 질문은 앞으로 서면으로 회답하겠다”라고 덧붙였다.
다만 그는 "개별적인 고발 내용에 대해 '사실'이다·아니다 한마디로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라며 사실 여부에 대한 확언은 회피했다. 기타가와가 이미 세상을 떠나 직접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이유다.
사무소는 외부에서 새로운 인사를 초빙해 경영체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고 이달 중에 의사나 심리치료사에게 상담받고자 하는 사람을 위한 창구도 개설하겠다고 했다.
후지시마는 기타가와 생전에 이사로서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알려고 하지 않았던 책임이 있다면서도 경영 개혁과 사내 인식 개선이라는 과제를 위해 사퇴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14일 쟈니스 누리집에 게재된 후지시마 쥬리 게이코 사장의 사죄 영상 갈무리. / 쟈니스 누리집
기타가와는 지난 1962년 쟈니스 사무소를 설립해 스마프, 아라시 등 유명 아이돌 그룹을 키워낸 ‘일본 아이돌의 대부’로 불린다. 그는 지난 2019년 7월 뇌졸중으로 사망했다.
기타가와는 생전에 기획사를 찾아온 소년들에게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 3월 영국 공영방송 BBC가 다큐멘터리 '포식자: J팝의 비밀 스캔들' 편을 공개하면서 기타가와의 '소년 성착취 사건'이 재점화됐다.
해당 방송에는 연습생 시절 기타가와에게 성학대를 당했다는 피해자 4명의 증언이 담겼다. 그중 한 명은 "기타가와로부터 자택으로 오라는 초대를 받아서 갔는데 '가서 목욕을 해라'라고 했다"라면서 "기타가와는 내가 인형인 것처럼 온몸을 씻겼다"라고 털어놨다.
강제로 구강성교도 해야 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이 피해자는 "이후에도 다른 연습생들에 대한 학대가 이어졌다"라며 "다른 소년들 역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분명히 알고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쟈니스 사무소 소속으로 활동했던 가우안 오카모도 지난달 기자회견을 열고 “2012~2016년 전 사장에게서 성적 피해를 15~20회 당했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