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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폭 가해자 버젓이 다니는 학교 가기 무서워요"..피해자 보호 강화 시급

학폭위서 분리 처분 내려도
불복 소송하면 그동안 분리 안 돼
분리 대책 실효성은 '글쎄'

"학폭 가해자 버젓이 다니는 학교 가기 무서워요"..피해자 보호 강화 시급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충남 소재 한 고등학교에 재학하던 A양(19)은 지난 2021년 학교 폭력을 당한 뒤 3개월간 학교로 돌아가지 못했다. 가해자가 전학 조치를 받았지만 계속 학교에 나와서였다. 가해자는 학폭위 결정에 불복해 교육청에 행정심판을 청구했고 전학 조치 집행 정지를 받아냈다. 그 기간동안 가해자가 학교에 계속 다녔고 A양은 가해자와 혹시나 마주칠까 봐 늘 전전긍긍해했고 결국 학교에 가지 못했다.

■학폭 불복 행정심판 2년새 85% 증가

학교폭력 피해자들이 가해자와의 분리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에서 사안을 판단하기 전까지 한쪽이 가해자라고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학폭위를 통해 특정 조치가 결정된 후에도 행정심판, 행정소송 등 불복 절차가 진행되면 그 기간동안 가·피해자를 분리할 수 없다.

이 가운데 불복 소송은 늘고 있는 추세다. 11일 국회 입법조사처의 '학폭 가해학생 분리조치 집행 지연의 쟁점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학폭 가해학생 행정심판 청구 건수는 지난해 889건을 기록했다. 2020년(480건)에 비해 85.2% 증가한 수치다. 행정심판 집행정지 신청 건수는 지난해 504건으로, 2020년(273건)보다 84.6% 늘었다. 행정소송 청구 건수는 같은 기간 138.7%(111건→265건), 행정소송 집행정지 건수는 98.6%(73건→145건) 늘어났다.

불복 소송이 1년 이상 장기화된 경우도 드러났다. 같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21년 서울시교육청 관내 학교에서 학교폭력 관련 행정소송 조치이행 완료기간이 12개월 이상 소요된 사건은 8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장의 가해자 피해자 분리조치 신설 등 재량권 강화

이에 따라 교육계와 정치권에선 분리 강화 대책이 나오고 있다. 지난달 12일 발표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 따라 △가·피해자 즉시분리 기간 3일→7일 연장 △학교장의 학급 교체 권한 보장 △피해자의 분리요청권 부여 △학폭심의위원회의 심의 결정 시까지 가해학생의 출석정지 가능 등이 결정됐다.

국회에도 이같은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돼 있다. 지난 12일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 등은 각각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의 집행정지 결정 시 피해학생의 의견을 듣도록 하는 안과 분리가 시급할 경우 학교장이 가해학생에게 출석정지 또는 학급교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개정안에 담았다.

또 학교폭력 발생시 피해학생이 학교의 장에게 가해학생과의 분리를 요청할 수 있도록 하며, 학교의 장이 가해학생에 대한 선도가 긴급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가해학생에 대해 피해학생 및 신고, 고발 학생에 대한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조치를 의무화했다.

이와 함께 가해학생이 접촉, 협박 및 보복행위의 금지 조치 위반 시 학교의 장이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처분 등의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학교의 장 또는 교원이 법 규정에 따라 학교폭력사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분쟁이 발생했을 경우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민사상 또는 형사상의 책임을 지지 아니하도록 했다.

■학폭 전담교사가 가해자로부터 소송 당해 문제해결 어려운 경우 다반사

이는 최근 학교폭력 전담 교사 상당수가 중재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가해자 측으로부터 학대 신고 등을 통해 소송까지 가는 경우가 적지 않아 이로인해 전담 교사들이 교단을 떠나거나 과도한 법 소송으로 인해 학폭 문제 해결에 소극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실효성을 위해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석민 푸른나무재단 상담본부 팀장은 "분리 기간 확대 등 조치는 정말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학교장이 긴급 조치를 시행할 수 있을지 그 실효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조치의 기준, 적용 범위 등 구체적인 방안이 나와야 피해 학생이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