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씨어터 설도권 대표. 사진=서동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부산이 영화의 도시에서 뮤지컬 도시로 확장되고 있다.
부산 유일의 초대형 뮤지컬 전용 극장 드림씨어터 덕분이다. 설도권 드림씨어터 대표는 지난 2001년 ‘오페라의 유령’을 형 설도윤 프로듀서와 함께 한국에 소개한 주역이다. 당시 장장 7개월간 공연된 ‘오페라의 유령’은 공연 횟수 244회, 총제작비 128억원, 동원관객 24만명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한국 뮤지컬 역사를 새로 썼다.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 공연 공동 프로듀서이기도 한 설 대표는 “6월 18일까지 이어지는 ‘오페라의 유령’ 한국어 공연이 11주간 지역 최장기 공연 기록을 세운다”며 “좋은 콘텐츠와 그 좋은 콘텐츠를 올릴 수 있는 그릇인 극장 덕분”이라고 말했다.
드림씨어터 설도권 대표. 사진=서동일 기자
―‘오페라의 유령’이 다음달 18일까지 총 103회로 지역 최장기 공연 기록을 세운 뒤 오는 7월 21일 서울 입성한다.
▲2010년~2011년 대구가 뮤지컬 도시로 육성되던 시기 ‘오페라의 유령’을 93회 공연한 바 있다. 그때는 지역 시장 개척을 위해 돈키호테 정신으로 도전했다면 이번에는 한국 시즌의 가능성을 검증하는 게 숙제다.
약 1년간 성공적 운영이 가능하다는 것을 숫자로 입증하면, 해외의 다른 제작사도 한국시장을 주목할 것이다. 그러니까 단순히 지역 최장기 공연을 넘어 성공적인 결과까지 끌어내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다.
'드림씨어터'는 두 가지 측면에서 중요했다. '오페라의 유령’은 무대 세팅에만 두 달이 걸린다. 원가율을 따지면 최소 6개월 이상 공연해야 한다. 장기 공연이 가능하면서 시장성을 갖춘 곳은 지역에선 드림씨어터 뿐이다.
드림씨어터 설도권 대표. 사진=서동일 기자
―성적은 기대에 부합 중인가? 관객층은 어떻게 분포돼 있나?
▲지금보다 더 잘나오길 희망하나 경제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폭발적이다. ‘오페라의 유령’과 같은 대작은 40대 관객이 30% 넘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오페라의 유령’은 40대가 28%고, 50대가 10% 이상 된다. 보통 20대가 70% 넘으면 마니아 공연으로 본다. 15세 이하와 65세 이상은 국내 뮤지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10%도 안 된다. 이들의 공연 참여도를 높여야 국내 뮤지컬 시장이 확대된다. 그러려면 ‘마틸다’나 ‘위키드’ ‘캣츠’처럼 온가족이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많아져야 한다.
드림씨어터 설도권 대표. 사진=서동일 기자
―지난 2020년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공연계가 무척 힘들었는데, 개관 2년차였던 드림씨어터 역시 타격이 컸을 것 같다.
▲코로나19로 5개월 이상 문을 닫았다.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 가동됐지만 그전까지 가동률이 40%도 안됐다.
그럼에도 이 기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한국에서만 ‘오페라의 유령’ 인터내셔널 투어가 진행돼 해외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애플TV등에 방영됐다. 배우 등 제작진이 모두 뜻을 모았기에 가능했다.
특히 서울 공연(2020년 3월 14일 개막)을 앞두고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개막 전 사전 오픈된 티켓이 거의 매진되며 전체의 약 40% 정도 팔렸으나 다 취소했다. 다시 예매를 진행했지만 일반 관객의 취소 행렬에 거리두기 등의 한계로 결국 크게 결손이 났다.
(팬데믹) 당시 우리 스태프들을 포함해 업계 종사자들이 배달 등 투잡을 하며 버텼는데, 언제든지 (공연계로) 돌아올 준비가 된 모습을 보면서 뮤지컬이 망할 리 없겠다고 느꼈다. 그들에게 정말 감사했다.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관람하고 있는 관객들의 모습(에스앤코 제공). 지난 2019년 4월 개관한 드림씨어터는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를 시작으로 ‘스쿨 오브 락’, ‘위키드’, ‘캣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그리고 '오페라의 유령'까지 대형 공연을 연달아 선보였다.
―마케팅을 포함한 공연 유통업을 아우르는 클립서비스 대표이기도 하다. 지난 2월 클립서비스가 에스앤코·롯데컬처웍스와 함께 디즈니 뮤지컬을 국내 소개하기로 업무협약을 맺었다.
▲브로드웨이·웨스트엔드의 인기 공연을 가장 빨리 국내에 올리는 게 클립서비스·에스앤코의 강점이다.
디즈니 뮤지컬 역시 그런 관점에서 남녀노소가 볼 수 있는 공연을 꾸준히 올려 뮤지컬 관객층을 넓히고, 한국에 장기 공연 문화를 정착시킬 방침이다. 더불어 아시아시장을 겨냥한 인터내셔널 투어를 제작·배급·유통하는 것이 회사의 또 다른 사업 모델이다.
한국에서 기획·제작을 주도하는 한국어 공연이나 인터내셔널 투어를 개발 중이다. ‘스쿨 오브 락’과 ‘하데스타운’이 대표적이다. 오는 7월말 예정된 ‘캣츠’ 대만 공연은 우리가 뽑은 배우·스태프 그리고 제작한 세트로 공연한다.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오페라의 유령'을 관람하고 있는 관객들의 모습(에스앤코 제공). 지난 2019년 4월 개관한 드림씨어터는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를 시작으로 ‘스쿨 오브 락’, ‘위키드’, ‘캣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그리고 '오페라의 유령'까지 대형 공연을 연달아 선보였다.
―지난해 뮤지컬 시장 규모가 처음으로 4000억원을 돌파했다. 현장에서 바라는 육성책은?
▲드림씨어터 개관 후 관광 등 지역 경제 활성화에 끼친 공로를 인정받아 부산시로부터 2년 연속 감사패를 받았다.
그런데 설립부터 운영까지 지난 6년간 여러모로 힘들었다. 서울이라면 받았을 공연장 취득세·재산세 감면도 없었고 대출 받기도 어려웠다. 문화계 순수예술 분야에 대한 ‘지원’과 달리 대중공연예술은 ‘육성’의 틀에서 바라보고,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면 좋겠다.
제작사들이 고금리를 안 쓰게 자본 유입이 원활하게 이뤄지길 바란다.
또 세제혜택을 통한 뮤지컬진흥기금이 조성돼 업계 발전에 쓰이면 좋겠다.
'오페라의 유령' 150만 돌파 세리머니 포토. 지난 2019년 4월 개관한 드림씨어터는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를 시작으로 ‘스쿨 오브 락’, ‘위키드’, ‘캣츠’,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그리고 '오페라의 유령'까지 대형 공연을 연달아 선보였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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