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 신흥동 옛 시장관사 시민에 개방
시민 서재, 시민 사랑방, 갤러리로 활용
제물포구락부·인천시민애(愛)집에 이어 세 번째
시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 ‘긴담모퉁이집’으로 조성돼 오는 24일 시민에게 개방되는 신흥동 옛 인천시장 관사 전경.
【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신흥동 옛 인천시장 관사가 시민을 위한 복합문화공간 ‘긴담모퉁이집’으로 재탄생해 오는 24일 시민에게 개방된다.
22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는 개항도시 인천의 정체성을 알리는 건축물이 도시개발 등에 밀려 사라지는 일이 잦아지자 2018년부터 보존 가치가 큰 근대건축물을 발굴해 보존하고 있으며 이중 일부를 복합역사문화공간으로 조성해 활용하고 있다.
시는 역사적·문화적·주거사적 가치가 큰 건축물을 보존해 시민을 위한 지역 문화공간으로 활용하고 다음 세대에게 인천의 정체성과 가치를 계승한다는 계획이다.
이번에 시민에게 개방되는 긴담모퉁이집은 제물포구락부(2020년 6월)와 시민애(愛)집(2021년 7월)에 이어 세 번째로 시민에게 개방되는 인천시 문화재 활용정책 3호 공간이다.
긴담모퉁이집은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251㎡ 규모의 목조 철근 콘크리트 건축물로 서양건축 양식과 구조에 전통 일식주택 요소를 더한 문화주택의 전형적인 건축 공간 구조를 간직하고 있다.
긴담모퉁이집이 접한 긴담모퉁이길은 신흥동 일대에 살던 일본인들이 축현역(지금의 동인천역)과 경인가도(배다리 쪽)를 편하게 오가기 위해 홍예문(1908년)보다 일 년 먼저 낸 신작로다.
이 길은 신흥동 정미소로 출근하던 조선 아낙네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32년 당시 인천의 16개 정비소 여공은 모두 1300여명. 도정한 쌀에서 쌀겨와 잔돌을 골라내는 일을 하던 조선인 선미공들은 일본인들로부터 견디기 힘든 민족적·성적 차별을 받았다.
1930년 대 조계지에 터를 잡지 못한 일본인들이 이곳 신흥동에 눈을 돌렸으며 듬성듬성 있던 조선인 가옥과 주변의 무덤들이 정리된 반듯한 골목길 양쪽에는 일본인들의 문화주택이 들어섰다.
긴담모퉁이집도 1938년 건축돼 1954년부터 1966년까지 인천시장 관사로 사용됐으며 주변 여러 관사들이 들어서면서 한때 이곳이 관사촌으로 불리기도 했다.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한 신흥동 옛 관사는 시민의 서재, 시민의 사랑방으로 활용된다. 건축 당시 원형을 거의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2층과 지하 벙커는 시민이 기증한 책을 비치해 테마가 있는 서재 공간으로 꾸미고, 건물 외벽은 인천 원로작가회와 제휴 협력해 분기별로 여섯 작품씩 총 24작품을 출품·전시해 골목갤러리로 활용된다.
문화공간이 부족한 지역 상황을 고려해 사랑방으로서의 역할도 수행한다.
긴담모퉁이집에서 6월부터 매주 금·토·일요일 어르신과 초보자를 위한 힐링요가, 말 없이 마시는 커피, 해설이 있는 영화감상 등이 진행된다.
한편 인천시민애(愛)집과 제물포구락부, 자유공원∼신포시장∼답동성당∼긴모퉁이길∼신흥동 옛 시장관사를 걷는 인문로드 프로그램 ‘긴담모퉁이집 가는 길’도 선보인다.
개항장 너머 ‘모랫말’이라 불리던 한적한 바닷가 어촌 마을이 지금의 신흥동이 되기까지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골몰길을 함께 걸으며 들을 수 있다
시 관계자는 “보존 가치가 큰 근대 건축물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해 시민에 개방하는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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