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혁 PD(왼쪽부터)와 윤상 음악감독, 박내룡 PD. [티빙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파이낸셜뉴스] “시즌1을 찍을 당시 제작진 중에도 결혼과 이혼 사이에 있는 사람이 있었죠. 실제로 주변에 이혼한 커플이 많아요. 그런데 다들 쉬쉬해요. 이혼이 나쁜가? 이혼 역시 행복해지기 위해 한 선택이잖아요. 결혼과 이혼 사이에 있는 커플의 생각을 들어보자, 공감해보자, 그게 시작이었습니다.”
지난 19일 공개된 이혼 관찰 리얼리티 ‘결혼과 이혼 사이2’(이하 결이사2)의 박내룡 PD가 ‘결이사’의 출발을 이렇게 돌이켰다. 박PD는 24일 이진혁 PD, 윤상 음악감독과 함께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을 만났다.
티빙 오리지널 ‘결혼과 이혼 사이2’는 결혼과 이혼 사이, 선택의 갈림길에 선 네 쌍의 부부들이 ‘잘 헤어지는 법’을 고민하는 '현재진행형 이혼' 관찰 리얼리티다. 공개 첫 주 티빙 전체 오리지널 중 유료가입기여자수 1위를 기록하며 성공적인 귀환을 알렸다.
박PD는 “시즌2 제작을 예고하자 출연하고 싶다는 연락이 많이 왔다”며 “그들 중에서 대략 20팀의 커플을 3-4차례씩 만났다. 자신들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고 문제를 해소하고 싶어 하는 솔직한 커플들을 최우선적으로 선정했다”고 말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네 번째 커플을 제하면 공교롭게도 일찍 결혼해 아이가 있는 2030대 젊은 커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아직은 자신에게 집중할 나이에 육아라는 큰 희생이 필요한 시기를 통과하고 있다는 점에서 부부 갈등이 불가피해 보인다.
박PD는 “의도치 않게 일찍 가정을 꾸린 커플이 많았는데, 덕분에 그들의 진솔한 갈등이 보였다. 또 출연자들 나이가 어리다보니까 (사생활에 노출에 대한 부담감이 덜해) 결과적으로 젊은 부부들이 최종 선정됐다”라고 답했다.
시즌1이 부부끼리 이혼 도장을 찍거나 부부 상담을 하는 등 필수 과정이 있었다면 시즌2는 정해진 것 없이 해당 부부에 맞는 상황과 공간만 제공했다는 게 변화다.
이진혁 PD는 “출연진에게 어떤 가이드 라인도 제시하지 않았다"며 "그들이 위시리스트를 정했다. 각 부부가 원하는 일련의 과정을 담다보니 제작진 입장에서는 어떤 대화가 나올지 알 수 없고 또 방송하기 좋은 분량이 나올지 예측할수 없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있는 촬영이었다”고 말했다.
[티빙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또 그는 "촬영팀에 '뒤통수만 나와도 좋으니까 출연자들의 대화를 방해하지 말라'고 주문했다"며 "솔직한 이야기를 최대한 끌어내려고 많은 부분을 신경 썼다"고 말했다.
박PD는 역시 “출연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솔루션을 주기보다 두 사람이 제대로 시간을 갖고 고민할 수 있게 돕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연출 방향을 설명했다.
시즌1의 네 커플은 결혼과 이혼 중에서 모두 결혼 유지를 선택했다. 시간이 지난 지금 한 커플은 이혼 절차를 밟고 있다.
이PD는 “자신들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볼 기회를 갖는다는 점에서 그들이 이혼을 선택하건 결혼을 유지하건 해당 부부에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즌1를 찍던 중 이혼을 고민하다 결국 이혼을 선택한 한 제작진이 그랬죠. 이 방송을 다 보고 결혼했다면 더 잘 살지 않았을까. 돌이켜보니, 상대의 이야기를 듣기보다 내 이야기를 하느라 바빴던 것 같다고. '내가 아니라 '너는' '당신은'으로 대화를 했다면 보다 원만한 결혼생활을 하지 않았겠냐고.”
데뷔 33년 만에 예능 음악감독에 첫 도전한 윤상은 “‘잘 헤어지는 법’을 고민 중이라는 프로그램의 기획 의도에 크게 공감됐다”고 했다.
"싱글인 후배들이 관심을 갖고 보더라고요. 저출산 시대에 이혼을 고민 중인 실제 가정의 이야기에 귀기울여보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출연진들로선 자신들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치료 효과가 있을 것 같아요."
부모의 이혼을 켞었던 그는 "그때는 이혼을 바라보는 사회 분위기가 차가웠다"며 "이렇게 열어놓고 보여주면 순기능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윤상은 또 “드라마가 아닌 예능에서도 OST를 쓴다는 게 놀라웠다"며 이번 작업의 매력을 꼽았다. "음악 작업은 날것의 부부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그 영상이 내게 먼저 말을 걸어왔죠. 그들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이 있어 작사도 한 곡했습니다.
"
“무엇보다 두 PD의 진심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편집도 최대한 중립적으로 하려고 노력하더라고요. 저는 시즌1보다 시즌2가 더 좋습니다. 결혼이 모든 것을 해결해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부부들이) 서로 조금씩만 더 양보하면 좋겠습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