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 운하의 물이 온통 밝은 초록빛으로 변했다. 당국은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탈리아 베네치아 대운하에 정체불명의 녹색 액체가 퍼져 현지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30일(현지시간) 영국 BBC,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루카 자이아 베네토주 주지사는 지난 28일 오전 SNS를 통해 "운하의 물이 녹색으로 물들었다"며 "액체의 정체를 조사하기 위해 경찰과 긴급회의를 열었다"고 밝혔다.
매체에 따르면 베네치아 도심을 가로지르는 관광 명소인 리알토 다리 아래 강물이 형광 녹색으로 물들었다.
시 당국은 운하에 독성이 있는 액체가 퍼졌을 가능성을 가장 우려했지만, 초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인체에 무해한 형광염료인 플루오레세인으로 밝혀졌다. 이 형광염료는 주로 하수도 연결관과 배수설비 등에서 물이 샐 때 주입해 누출 경로를 파악하는 데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시민 건강이 위험한 상황은 없으나, 운하에 대한 경계를 강화해 유사한 사건이 더는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이 기후위기 활동가들의 시위와 연관됐을 가능성을 염두해 CCTV를 검토하고, 곤돌라 뱃사공과 보트 운전사 등을 상대로 탐문조사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탈리아에서 기후 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환경단체 '울티마 제네라치오네' 소속 활동가들이 로마의 유명 관광지 트레비 분수, 피우미 분수, 바르카치아 분수 등에 숯을 희석한 식물성 먹물을 부어 검게 물들이는 시위를 벌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울티마 제네라치오네는 CNN에 "이번 사건은 우리의 소행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1968년 아르헨티나 예술가 니콜라스 가르시아 우리부루가 환경문제에 대한 경종을 울리기 위해 베니스 운하를 녹색으로 물들이는 시위를 벌였다(왼쪽 사진). 오른쪽은 28일 베니스 운하가 녹색으로 변한 모습.
울티마 제네라치오네와는 별개의 환경 시위일 수 있다는 추측도 나왔다.
매체는 이번 사건이 지난 1968년 환경문제에 대한 각성을 촉구하기 위해 아르헨티나 예술가 고(故) 니콜라스 가르시아 우리부루(1937~2016년)가 베네치아 운하를 녹색으로 물들인 것과 매우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당시 우리부루는 '현대미술 축제'인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초청됐는데, 배를 타고 운하에 나가 플루오레세인을 뿌렸다. 이후 우리부루는 뉴욕 이스트강, 파리 센강, 부에노스아이레스 리아추엘로강 등에서도 이 같은 시위를 벌였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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