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로 누워지낸 윗층주민 스트레스 극심
재판부 "견주는 100만원 배상해라" 판결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아파트 아래층 개 짖는 소리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던 주민이 법정 공방을 통해 손해배상금을 받게 됐다. 법원이 개 짖는 소리가 법령상 층간 소음 기준에는 못 미친다 해도 피해 주민에게 정신적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기 때문이다.
이사 간 뒤, 두달 넘게 개 짖는 소리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광주지법 민사24단독 박현 부장판사는 A씨가 같은 아파트 아래층 주민 B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B씨가 피해를 본 A씨에게 1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광주 동구의 한 아파트로 이사 간 뒤 두 달 넘게 아래층의 개 짖는 소리에 시달려 질환이 심각해졌다는 이유로 손해배상금 300만원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장애로 거동이 불편해 주로 집안에서 생활해온 A씨는 일주일가량 지나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B씨는 관리사무소를 통해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임시 보호 중인 유기견이니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했다.
하지만 개들이 매일 5시간 이상 짖어대자 A씨는 직접 B씨에게 문자메시지와 전화로 "몸이 불편해 누워있을 수밖에 없으니 추가 조치를 해달라"고 수차례 항의했다. B씨는 A씨에게 "반려견과 정이 들어 다른 곳에 보내기는 어렵고 개 훈련사 상담, 성대 수술, 출근 시 동반 외출 등을 해보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자 A씨는 스트레스와 수면장애를 호소하며 지난해 6월 초 파출소와 경찰 112상황실에도 신고했다. 하지만 개 소음은 신고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았다. A씨는 층간 소음 이웃사이센터에도 문의했으나 개는 물건에 해당해 조정 및 소음 측정 대상이 아니라고 했다. 소음·진동관리법상 소음은 사람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리로 개 짖는 소리는 소음에 포함되지 않아 별도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결국 집까지 내놨지만 팔리지 않아.. 손해배상 소송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A씨는 집을 내놓았으나 팔리지 않았고 B씨에게 성대 수술 등 소음 저감 조치를 지속해서 요구했다. 하지만 B씨는 방음 케이지를 설치했다고 맞섰다. 결국 A씨는 B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개 짖는 소리가 비록 환경부령 '공동주택 층간 소음의 범위와 기준에 관한 규칙'이 정한 소음 기준치에 미치지 못한다고 해도 그 소리가 매일 반복된다면 듣는 사람은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는 타인에 대한 불법 행위"라며 "아파트 소음은 옆집보다는 위·아랫집이 더 잘 들린다. 듣기 좋은 소리도 한두 번이라는 속담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가 신청한 보상금 전액을 인정할 수도 있으나 A씨가 충분한 증거를 제출하지 못했기에 그중 일부만 인정한다"며 "소송 제기 이후로도 피고가 개 관리를 잘 못해 원고에게 피해를 준다면 원고는 다시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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