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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女 수면제 먹여 강제추행·불법촬영한 30대 지체장애인

"집에 와달라" 방사선사 불러놓고 범행
"초범에 반성" 항소심도 집행유예 확정

자원봉사女 수면제 먹여 강제추행·불법촬영한 30대 지체장애인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한 30대 지체장애인이 자신을 도와주러 온 여성에게 수면제를 먹여 강제 추행한 뒤 불법 촬영까지 한 정황이 드러났다. 하지만 법원은 이 남성이 지체 장애 1급이고, 초범인데다 반성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11일 SBS에 따르면 교통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지체 장애 1급인 30대 A씨는 지난 2016년 10월 "MRI, CT 사진을 판독해달라"며 피해자를 자기 집으로 유인해 강제 추행했다.

조사 결과 A씨는 수면제인 졸피뎀을 탄 음료를 피해 여성 B씨에게 먹인 뒤 범행을 저질렀으며 불법 촬영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가 건넨 음료를 마시고 곧바로 쓰러진 B씨는 "그 뒤로부터는 기억이 안 나고 깨어나서 본능적으로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10년 넘게 병원에서 방사선사로 일해 온 B씨는 틈틈이 장애인 봉사활동을 다녔으며, 장애인 활동 지원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그러던 중 A씨와 우연히 알게 된 B씨는 재활 치료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A씨의 집에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1심 재판부는 "장애에 대한 편견 없이 호의적이던 피해자를 상대로 범행해 죄질이 좋지 않다"면서도 "A씨가 초범이고 반성하고 있다"며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형이 너무 가볍다며 항소했으나 2심 재판부는 "지체 장애 1급이고 욕창으로 건강이 좋지 않다"며 항소를 기각했고,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SBS에 따르면 법조계에서는 3가지 범죄 사실 중 형량이 상대적으로 낮은 마약이 기본 범죄로 설정되면서 솜방망이 처벌이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법정형이 가장 높은 '강제 추행'이 양형 기준이 됐다면, 충분히 실형 선고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또 법조계에서는 재판부가 장애를 감형 사유로 판단한 것을 두고 장애를 미끼로 저지른 흉악 범죄에서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