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친부모 찾으려 카메라 듭니다"... 입양인 다큐 찍는 영화제작자 [잃어버린 가족찾기]

미국에 입양된 닉 카페제라씨
1986년 성남 상적동서 발견돼
홀트와 가족찾기 여정 이어가

"친부모 찾으려 카메라 듭니다"... 입양인 다큐 찍는 영화제작자 [잃어버린 가족찾기]
한국에서 입양되기 전 닉 카페제라씨(한국명 성정호) 모습. 닉 카파제라씨 제공
"잃어버린 생부모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찍고 있습니다."

한국을 떠난 지 30여년. 닉 카페제라씨(한국명 성정호)는 남지 않은 기억을 더듬어 친 가족을 찾고 있다. 닉씨는 독립 장편 다큐멘터리 3편을 제작한 경험을 살려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카메라를 들었다.

그의 한국 시절은 기억엔 없고 기록으로만 남아있다. 그는 지난 1986년 6월 23일 성남시 상적동의 한 주택 앞에서 경찰에 의해 발견됐다. 이후 몇 군데의 위탁 가정을 거쳐 1987년 10월 6일 미국으로 떠났다. 기록에 따르면 그는 1987년 3월 4일 미국에 있는 가족에게 입양이 결정됐다.

닉씨는 "저는 입양되기 전에 15개월 동안 한국에 머물렀다"며 "제가 발견됐을 때 태어난 지 얼마나 됐는지도 모른다. 미국 생활 이전 내 삶에 대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입양 이후 그의 미국 생활은 사랑으로 가득했다. 양부모님은 지지와 사랑으로 그를 응원했다. 닉씨는 성인이 된 이후 스튜디오 아트와 미술사를 전공했고 영화 제작자로서 경력을 쌓아갔다. 이후 뉴욕타임즈와 CNN 등에서 근무하며 3편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그가 샘 오즈번과 공동감독을 맡아 제작한 첫 장편 다큐 데뷔작 '마일즈 데이비스의 유니버스'는 제22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돼 호평받기도 했다. 현재는 심해 탐사 회사에서 선임 영상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닉씨는 '인생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생부모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많은 한인 입양인들 처럼 나 역시 내 인생의 가장 큰 수수께끼를 풀기 위한 답을 찾고 있다"며 "형제가 있는지, 어디서 태어났는지 등 나 자신의 개인적 성장을 위해 꼭 가야할 여정이다"고 말했다. 이어 "지구 반대편에 도대체 무엇이 있는지 궁금해 가족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닉씨는 홀트아동복지회의 도움으로 친가족 찾기에 나서고 있다. 홀트아동복지회 측에서 닉씨의 입양과 발견 기록 등을 입수한 상태다. 다만 현재까지 가족을 찾기 위한 구체적인 단서는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닉씨는 본인과 한인 입양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다. 영화 제목은 'Many oceans'이다. 미국에서 한인 입양인들이 생부모를 찾기 위한 여정 등을 담고 있다. 닉씨는 오는 7월 한국에 방문해 촬영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는 생부모 뿐만 아니라 자신을 잠시 길러줬던 위탁 가정 역시 찾고 있다.

닉씨는 생부모를 만나면 '이해한다'라는 말을 먼저 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친부모님이 예기치 못한 상황이 있었음을 이해한다"며 "미국에서 살 수 있었던 삶에 감사하지만 언젠가는 친부모님을 만날 생각을 늘 해왔다"고 말했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