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애틀 총기난사 사건의 피해자 부부 / 부부 운영 일식당 홈페이지 갈무리
[파이낸셜뉴스] 30대 한인 임신부가 미국 시애틀에서 '묻지마 총격'을 당해 사망한 가운데 이 여성은 남편과 함께 출근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15일(현지시간) 시애틀 교민 사회에 따르면 피해자 여성 A씨(34)는 남편 B씨(37)와 함께 시애틀 다운타운에서 일식당을 운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임신 8개월차, 남편과 운영하는 일식집 출근 중에..
미국 영주권자인 A씨 부부는 5년 전 어렵게 이 일식집을 마련했다. 그러나 일식집을 시작하고 2년이 지나 코로나19가 들이닥치면서 힘든 시기를 겪어왔다.
A씨는 임신 8개월 차로, 두 달 뒤에 둘째 아기가 태어날 예정이었다. A씨는 사건 당시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만삭의 배를 안고 남편과 함께 식당으로 출근 중이었다. 이날 두 살 된 첫째 아이는 일을 하기 위해 지인에게 맡겼다고 한다.
A씨는 일식집을 불과 1km도 남겨두지 않고 신호 대기 중에 건너편에서 총탄이 날아와 머리와 가슴 등을 맞고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
아이 분만했지만 끝내 숨져.. 남편도 팔에 총상
A씨는 급히 병원으로 옮겨져 둘째 아이 분만 수술을 받았지만 아이도 끝내 숨졌다.
팔에 총알을 맞은 B씨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해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들 부부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한인 사회에서는 A씨 친구들을 중심으로 이들을 돕기 위한 모금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A씨 친구들은 15일 모금 웹사이트인 '고펀드미'에 계정을 열고 "내 친구 부부가 억울하고 불가사의한 총격을 당했다"라며 도움을 호소했다.
이들은 "임신 중이던 A씨는 네 발의 총탄을 맞아 세상을 떠났고 B씨는 사랑하는 아내와 아름다운 딸을 잃은 슬픔에 잠겼다. 큰 아들은 엄마를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아직 모른다"라며 "현재 B씨는 아들을 부양해야 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일을 하거나 식당을 운영할 수 없는 상황이다"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우리는 A씨의 장례식을 준비하고 있으며 A씨 가족을 미국으로 데려와 마지막으로 A씨를 보게 하고 싶다"라며 "가능한 한 많이 지원하고 싶다. 기부가 어려우신 분들은 함께 기도해 달라"라고 요청했다.
페이지가 개설된 이후 15일 오후 4시(현지시간)까지 535명이 기부했으며 기부금은 약 3만8000달러(약 4800만원)가 모금됐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에서 발생한 무차별 총격으로 출산을 앞둔 30대 한인 여성이 사망했다. 태아는 병원에서 응급분만 됐지만 곧 숨졌다. 사진은 이들 부부가 탑승해있던 테슬라 차량. 창에는 총알 구멍이 보인다. /사진=뉴시스
시애틀 벨타운 총격사건 범인은 30대
한편, 지난 13일 오전 11시쯤 한 남성이 시애틀 벨타운에 정차해 있던 차량에 다가가 여러 차례 총격을 가했다. 총격으로 차에 타고 있던 임신 32주차 A씨가 숨지고 태아도 숨졌다. 함께 차에 탑승했던 남편 B씨는 팔에 총상을 입었다.
범행 직후 달아난 범인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범인은 30세로 2017년 일리노이에서 살상 무기에 의한 전과 기록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체포되면서 “내가 했다(I did it)”라고 거듭 외쳤다.
이 남성은 현재 살인, 폭행 및 불법 총기 소지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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