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MZ 절반은 'N잡러'
고소득자도 '부업 열풍'...경기침체 영향
노동생산성은 하락...혁신보다 수입 먼저
근로자의 날인 지난 5월 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다. 인크루트에 따르면 근로기준법상 유급 휴일인 근로자의 날에도 직장인 10명 중 3명은 근무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1. 직장인 A씨(29)는 최근 스피치 학원을 등록했다. 역량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스피치 관련 역량과 직무 특성을 결합하면 일반인 MC나 쇼호스트 등 일거리도 맡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실제 A씨의 지인은 주말이면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결혼식 사회나 라이브 쇼핑 등 부수입을 올리고 있다.
#2. 직장인 B씨(31)는 인터넷 쇼핑몰을 열고 디지털 광고 공부에 한창이다. 구매 대행을 시작으로 작게 시작한 인터넷 쇼핑몰이지만 어느새 본업 못지 않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오히려 수입이 일정 수준을 추월해 회사에 겸업을 들키는 것이 B씨의 걱정거리다.
고물가와 고금리가 직장인들의 주머니를 가볍게 하면서 '두 주머니'를 차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회사에서 받는 월급만으로는 정상적인 생활이 어렵다는 것이 큰 이유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는 것도 위험 요소다. 아무런 준비 없이 어느 날 수입이 끊기는 것보다 본업보다 적더라도 안정적인 부수입을 챙길 수 있다는 점이 직장인들을 계속해서 부업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노동자 개개인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것이 정부의 개혁 목표임에도, 불안정한 경제 여건이 직장인들의 집중력을 분산 시키는 모양새다.
부업이 대세, 글로벌 MZ 46%가 부업중
글로벌 컨설팅 업체 딜로이트가 전 세계 44개국 MZ세대 2만285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Z세대 46%가 부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밀레니얼(M) 세대 또한 부업 비율이 37%에 달했다. 전년대비로도 Z세대는 3%, 밀레니얼 세대는 4%씩 각각 증가했다.
우리나라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부업 규모 현황과 특성' 조사에 따르면 부업 취업자는 전 연령에서 상승세로 특히 대졸 이상 집단에서 증가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기존의 부업이 부족한 본업의 수입을 메꾸려는 저소득자를 위주로 형성됐다면, 최근의 부업은 정부 기준에서도 '양질의 일자리'에 속한 집단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본업 임금이 높은 집단의 참가율도 따라서 증가하고 있다. 임금 구간 200만원 이상 취업자의 부업 비중은 2015년 상반기 기준 39.7%에서 2021년 상반기 기준 54.7%로 15%p 치솟았다.
주 일자리의 임금 구간별 부업 취업자 비중 추이 /사진=한국고용정보원
기업의 '겸업 금지'에도 유혹 커
기업의 입장은 아직까지 부업을 지양하는 분위기에 머물러있다. 대부분의 기업은 '겸업 금지' 조항을 근로 계약 안에 포함하고 있다.
인사 담당자들은 "코인이나 주식 등 투자 활동으로도 업무 분위기를 해치는 사례가 발생하는데 부업까지 허용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부업의 근무 형태도 디지털로 상당 부분 전환되며 직장 내에서의 부업 활동을 방지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N잡'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회사 감시를 피할 수 있는 '분리과세'가 가능한 부수입은 연간 300만원 수준 이하에 불과하지만, 단순 계산으로도 초봉 3000만원인 직장인의 10%에 달한다. 일반적인 기업의 연간 임금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밑도는 상황에서, 연봉의 5~10%에 달하는 부수입은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다.
당장 월수입은 늘어나지만 국가 전체의 생산성은 계속해서 하락하는 것도 문제가 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속적으로 "우리나라의 생산성 제고가 절실하다"고 피력했지만, 정작 생산의 주체인 직장인들은 다른 길을 찾고 있는 셈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미국의 총요소생산성을 1로 했을 때 한국의 총요소생산성은 0.614에 불과했다. 한국의 생산효율이 미국의 61%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세계은행이 발표한 한국의 노동생산성도 선진국의 50~60% 수준에 머물렀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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