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조정 요청권' 도입과 과도한 채권 추심을 막는 게 법안 핵심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폐업한 상가에 임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뉴스1
가계대출 DSR 및 국내은행 가계여신 고정이하여신비율 현황. 자료=김희곤 의원실 제공
[파이낸셜뉴스] 금융당국이 국회에 제출한 개인채무자보호법안(제정법)이 6개월째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개인채무자가 금융사에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 '채무조정 요청권' 도입과 과도한 채권 추심을 막는 게 법안 핵심이다. 코로나19 금융지원 조치 종료로 차주들의 상환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법안 시행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27일 국회에 따르면 개인채무자보호법은 이날 열리는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지난해 12월 14일 금융위원회가 정부안으로 제출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소위에서의 통과 여부도 불투명하다.
개인채무자보호법의 핵심은 채무조정 요청권 신설이다. 개인채무자가 대출을 연체할 경우 금융사에 채무조정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금융사는 요청일에서 10영업일 이내 채무조정 여부를 통지토록 했다. 개별 금융회사가 보수적으로 채무조정하는 걸 막기 위해 금융회사가 채무조정에 필요한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하고, 임직원이 채무조정 업무를 할 때 지켜야 할 절차와 기준을 정하도록 했다. 채무자가 조정안에 동의하면 채무조정 합의가 성립된 걸로 간주한다.
또 △금융사가 소멸시효 완성 채권에 대해 '변제하지 않아도 된다'고 채무자에게 통지하고 △상환기일 미도래 채무원금에 연체 가산이자를 부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주택 경매 신청, 금융채권 양도 전에 채무자에게 사전 통지하는 내용도 있다.
채무자가 최소한의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7일 7회 이하로만 추심 연락을 하고, 추심 착수예정일과 방어권 등을 미리 알리게 했다.
각 당에서도 서민채무자 보호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원내 1당 더불어민주당에선 '서민채무자 보호 3법', 진보당 강성희 정무위원은 채무자의 채무관리요구권을 담은 은행법 등 6개 법률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채무자보호법은 일부 사안에 대해 잠정 합의가 된 상태다. 여야는 앞선 논의 과정에서 채무자보호법 적용을 받는 채권을 당초 3000만원 이하에서 5000만원 이하로 범위를 확대키로 잠정 합의했다. 금융위가 제출한 '기한이익 상실 연체이자 제한이 가산금리에 미치는 영향' 시뮬레이션 결과에 따르면 5000만원 이하 개인의 연체채권에 연체이자를 제한할 경우 이자수입이 1528억원 감소하고, 이에 대응해 금융사가 대출 가산금리를 0.03%p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금융위는 법안 제정에 앞서 금융사, 관련 기관과 충분한 협의를 거친 데다 꼭 필요한 시기에 법이 시행되기 위해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제정하고 시행하는 데 까지 1년이 걸리기 때문에 법안 논의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면서 "서민들에게 유리한 법이라서 빨리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무조정 수요가 높아지고 있는 점, 과도한 채권 추심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는 점도 금융당국이 제정법 통과에 힘을 싣는 이유다.
실제 채무조정 수요가 늘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가 정무위 소속 윤영덕 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 3일까지 채무조정 신청 건수는 6만3375건으로 지난해 전체 신청 건수(13만8344건)의 절반에 육박했다. 오기형 민주당 의원실이 법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개인회생 접수는 1만1228건으로 전년동기(7455건) 대비 50.6% 급증했다. 월간 개인회생 신청 건수가 1만건을 넘어선 건 2014년 7월 이후 9년여 만에 처음이다.
올 1·4분기 누적 신청 건수는 3만182건에 달했다.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가 연체채권을 민간 추심전문 업체에도 매각할 수 있게 되면서 과도한 채권 추심에 대한 금융 소비자의 불안도 작지 않다.
금융위 관계자는 "작년보다 채무조정, 개인회생이 늘었고 신용유의자를 비롯해 빚을 못 갚고 있는 차주들이 예년에 비해 늘어나 상황이 안 좋다"며 "꼭 필요한 때 채무조정요청권이 쓰일 수 있도록 법안 논의가 시급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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