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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앞두고 연락두절" 러시아 女기자..'집단폭행'에 삭발 당해, 무슨일

"방한 앞두고 연락두절" 러시아 女기자..'집단폭행'에 삭발 당해, 무슨일
러시아 체첸공화국의 인권 침해 실태를 취재하던 러시아 독립언론인 옐레나 밀라시나가 4일(현지시간) 체첸에서 복면을 쓴 괴한들에게 집단 린치를 당해 병원에 이송됐다. / 뉴스1,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방한을 앞두고 갑자기 연락이 두절됐던 러시아 여기자가 괴한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사실이 알려졌다.

5일(현지시간)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독립언론 노바야 가제타 소속 기자 옐레나 밀라시나는 지난달 말 체첸공화국 수도 그로즈니로 이동하던 중 복면을 쓴 괴한들에게 공격을 당했다.

"아무것도 쓰지말라" 손가락 부러뜨리고 구타

괴한들은 차량으로 밀라시나의 차량을 가로막은 뒤 그를 끌어내 구타했으며 휴대전화를 빼앗고 서류와 장비를 파손했다.

이 과정에서 밀라시나는 손가락이 부러지는 등 여러 곳에 골절상을 입었다. 그와 함께 차에 탑승 중이던 변호사 알렉산더 네모프도 칼에 찔려 크게 다쳤다.

심지어 괴한들은 총으로 협박하며 이들의 머리를 삭발한 뒤 초록색 염료를 뒤집어씌우기도 했다. 해당 염료는 소독제로도 쓰이는 물질로, 과거 러시아 야권 운동가인 알렉세이 나발니 등 러시아 내 반체제 인사들이 공격받을 때 쓰였던 물질이다.

괴한들은 이들을 구타하는 동안 "여기서 나가고 아무것도 쓰지 말라"라고 경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밀라시나는 “그들이 와서 운전사를 내쫓은 뒤 달려들어 우리에게 총을 겨누고 무릎을 꿇게 했다”라며 “전형적인 납치사건”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밀라시나와 네모프는 현재 모스크바의 한 병원에 이송돼 치료받고 있다.

체첸 반체제인사 고문참상 보도했던 기자

밀라시나는 수년간 체첸에서 벌어진 참상을 취재한 기자다. 그는 체첸에서 벌어진 고문 등 인권 침해 의혹 등을 보도해 왔다. 이 때문에 이번 사건이 보복성 폭행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 사건에 대해 보고 받았다"라며 "강력한 조치가 필요한 매우 심각한 공격"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밀라시나는 지난 6월 28~30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국제 팩트체크 콘퍼런스인 ‘글로벌 팩트10’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갑자기 연락이 끊겨 핀란드 탐사 저널리스트인 제시카 아로 기자가 대신 기조연설을 맡은 바 있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