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스 하카니 /사진=트위터
[파이낸셜뉴스] 2021년 8월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한 이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 단체인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무력 점령한 가운데, 탈레반의 한 고위 지도자가 최근 온라인상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플랫폼인 ‘트위터’와 ‘스레드’ 중에 트위터가 더 낫다는 발언을 해 주목을 받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인사이더 보도의 따르면 이날 탈레반의 고위 지도자인 아나스 하카니는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올린 게시글을 통해 트위터가 경쟁 플랫폼인 스레드에 비해 두 가지의 “중요한 이점”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카니가 뽑은 트위터의 첫 번째 강점은 △“표현의 자유”이며, 두 번째 강점은 △“공공성과 신뢰성”이다.
그러면서 하카니는 “트위터는 메타처럼 편협한(intolerant) 정책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다른 플랫폼은 (트위터를) 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텍스트 기반 소셜미디어인 트위터(위)와 스레드(아래) 로고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사진=뉴스1
마크 저커버그가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메타는 스레드 출시 이전부터 탈레반과 갈등을 겪어 왔다. 과거 페이스북은 탈레반 계정들을 폐쇄시킨 바 있으며, 모바일 메신저 왓츠앱에서도 탈레반 계정들에 대한 제재를 가했다.
이에 탈레반 소속 인물들은 2020년부터 트위터에 대거 가입해 영어권 이용자들을 상대로 선전을 펼쳐왔다. 한 탈레반 구성원은 “탈레반은 서방 언론의 선전에 대응하기 위해 트위터에 집중했다”며 “SNS는 대중의 인식을 바꾸는 데 있어 강력한 도구”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BBC보도에 따르면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고 파란색 인증 마크인 ‘블루 체크’를 돈을 내는 모든 계정에게 지급하도록 정책을 변경한 이후 탈레반 지도자들이 트위터로부터 ‘블루 체크’를 받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탈레반 지도자가 저커버그의 스레드를 비판하고 머스크의 트위터를 옹호한 것은 이처럼 탈레반이 과거 메타 소유의 플랫폼에서 환영받지 못하고 트위터에서 왕성하게 활동해온 이력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해당 게시글을 작성한 아나스 하카니는 SNS를 통한 선전에 특화되어 있는 컴퓨터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4년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하기 이전 아프간 정부에 의해 체포돼 5년간 감옥에서 복역하다가 5년 후인 2019년 포로 교환의 일환으로 석방됐다.
그는 미국에서 2012년 테러단체로 규정된 ‘하카니 네트워크’에서 전략적 의사 결정과 자금 모금을 담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나스 하카니의 아버지인 잘랄루딘 하카니가 설립한 하카니 네트워크는 미군이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던 시절 “가장 치명적이고 정교한 내란 그룹”으로 불렸다.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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