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입국 위해 리오그란데 강 건너는 멕시코 이주민들/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 텍사스주 국경에서 주 당국이 "밀입국자들을 강물로 밀어 넣어라"는 비인도적 명령을 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18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텍사스주 리오그란데강 경비대의 한 군의관은 주 공공안전부(DPS)에 보낸 이메일에서 "사람들이 다시 멕시코에 가도록 물속에 밀어 넣으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밀입국 이민자들에게 먹을 물도 주지 말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해당 이메일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일까지 주간에 있었던 사건과 우려 사항을 보고한 내용으로 여기에는 텍사스주 방위군 요원들이 한 무리의 밀입국자들을 멕시코 쪽으로 밀어낸 뒤 화씨 100도(섭씨 38도)의 더위 속에 4세 여아가 기절한 사례도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 밀입국자 남성은 강에 설치된 부표에 달린 날카로운 철조망에 자신의 아이가 걸려 있는 것을 구조하려다 다리에 심한 열상을 입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텍사스주 리오그란데강 국경에 설치된 철조망/사진=연합뉴스
이 군의관은 "우리가 인도주의적인 측면에서 선을 넘었다"며 "신의 눈으로 올바르게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부표에 달린 철조망에 대해 "강에 있는 철조망은 잘 보이지 않아 사람들이 걸리는 함정이 될 뿐이므로 제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텍사스주 DPS 대변인 트래비스 컨시딘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밀입국자들을 강물에 밀어 넣으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군의관의 보고 내용에 대해 경위를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이후 컨시딘은 1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텍사스주 DPS의 내부 메시지 내용을 공개하며 "주 경비대는 이민자들에게 물을 주고, 그들의 상처를 치료해주며, 그들이 익사하지 않도록 구조한다"고 밝혔다.
해당 메시지에는 지난 15일 스티븐 맥크로 텍사스 DPS 국장이 "밀입국 알선자들은 이민자들이 다치든 말든 신경 쓰지 않지만 우리는 다르다"며 "그들이 국경을 넘으면서 다치거나 물에 빠지거나 탈수 증세를 보일 때 위험을 줄이도록 필요한 모든 조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멕시코 국경 리오그란데 강(멕시코명 리오브라보)에 설치된 '수중 장벽' 부표/사진=연합뉴
한편 지난 8일부터 국경도시 이글패스 강둑에 1000피트(304.8m) 길이로 부표를 연결해 수중 장벽을 설치하는 등 텍사스주는 리오그란데강을 통한 밀입국을 막을 목적으로 대대적인 국경 경비 강화 정책을 실행하고 있다.
다만 부표 설치 작업을 두고 한 카누·카약 업체가 소송을 제기했으며,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이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