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NK뉴스, 자진월북 미군 6명의 최후 보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근무 중인 유엔군사령부 소속 병사들 /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주한미군 장병이 월북하는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과거 비슷한 선택을 했던 이들의 결말은 어땠는지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 북한전문매체 NK뉴스는 19일(현지시간) 미군 병사가 자의로 군사분계선을 넘어 월북한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밝혔다. 매체는 "이전까지 5건, 어쩌면 6건의 미군 월북 사례가 있다"라고 소개했다.
대마초·서명위조 등 범죄 저지르고 월북
알려진 첫 번째 사례는 1962년 5월 월북한 래리 앱셔 일병이다. 앱셔는 한국에서 대마초 관련 문제가 있었고 군법회의에 회부돼 군에서 쫓겨날 상황이 되면서 월북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는 같은 해 8월 월북한 제임스 드레스녹 일병이다. 드레스녹은 상관의 서명을 흉내 내 외출증을 위조했다가 처벌받게 되자 월북을 선택했다. 그는 아내와 이혼하고 주한미군에 배속된 이래 실의에 빠져 홍등가를 전전했다고 털어놨다.
3년 뒤에는 제리 패리시 상병과 찰스 젠킨스 병장이 월북해 이들과 합류했다. 패리시는 개인적 이유로, 젠킨스는 베트남 전쟁에 차출될 것이 두려워 월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아비판'에 하루 10시간씩 김일성 교육.. "거대한 정신 나간 감옥"
북한은 당시 "미군 병사들이 서방의 자본주의적 삶을 버리고 사회주의 낙원을 택했다"라며 대대적으로 선전했다.
그러나 북한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이들은 1966년 주북한 소련 대사관을 통해 망명을 시도했으나 거부당했다.
매체는 "미국인들은 (북한에서의) 첫 몇 년의 상당 부분을 자아비판으로 보냈으며, 하루 10시간 넘게 김일성의 지독하게도 지루한 가르침(주체사상)을 강제로 배워야 했다"라고 했다.
월북한 미군 병사 중 유일하게 2004년 고향으로 돌아온 젠킨스는 "북한 당국이 자신들에게 감시역을 겸한 '여성 요리사'를 배정하고 성관계를 강요했으며 자신이 이를 거부하자 드레스녹을 시켜 수차례 폭력을 가했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젠킨스에 따르면 이들 여성 요리사는 불임을 이유로 전 남편과 이혼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1978년 앱셔의 요리사가 임신하는 상황이 벌어지자 북한 당국은 일본과 동남아 등지에서 납치한 여성들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고 한다.
"거기 가면 절대로 나오지 못한다" 월북 장병 모두 비참하게 사망
젠킨스의 부인인 소가 히토미도 1978년 일본에서 납치된 여성이다. 젠킨스와의 사이에서 두 딸을 낳은 히토미는 2002년 다른 납북 일본인 4명과 함께 귀국했고, 젠킨스도 2년 뒤 풀려날 수 있었다.
젠킨스는 "나는 너무나도 무지했다"라면서 "임시 피난처로 찾았던 나라가 말 그대로 거대하고 정신 나간 감옥이었다는 걸 이해하지 못했다. 누군가 그곳에 가면 거의, 절대로 나오지 못한다"라고 했다.
앱셔와 패리시는 1983년과 1998년 병사했고, 드레스녹도 북한에서 2016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에 정착한 젠킨스는 2017년 노환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NK뉴스는 이밖에도 1982년에는 조지프 화이트 일병이 월북했으나 젠킨스 등과는 접촉한 적이 없고 3년 뒤 익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측은 1979년 재미교포 출신인 로이 정 일병도 월북했다고 주장하지만 가족들은 납치라고 주장해왔다. 그 역시 2004년 전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yuhyun12@fnnews.com 조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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