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플래티넘호가 화물을 싣고 있는 모습. HMM 제공
[파이낸셜뉴스]국내 대표 해운선사 HMM에 대한 매각 공고가 나오면서 매각 작업이 본격화됐다.
매각의 걸림돌로 꼽히던 HMM 영구채는 일부 주식으로 전환한 뒤 매각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인수 가격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해 새 주인을 찾기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영구채 1조 주식전환 후 매각
22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 20일 HMM 경영권 매각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매각 절차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매각지분은 총 3억9879만156주로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영구채 포함 희석기준 지분율 약 38.9%다. 투자은행(IB) 업계는 이번 거래 규모를 최대 5조원 규모로 추산한다.
이번 경영권 매각은 국가계약법에 따른 공정경쟁입찰로 진행된다. 2단계 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게 된다. 예비입찰과 본입찰을 거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후 연내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는 게 목표다.
그간 매각의 걸림돌로 꼽혔던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처리 문제에 대해서도 일부 윤곽이 잡혔다. HMM은 경영 위기로 2016년 8월 현대그룹에서 분리돼 산은 체제 아래 놓였고 산은과 해진공은 HMM에 필요한 자금을 영구채 인수 형태로 지원해왔다.
한국산업은행은 HMM의 2조 7000억원 규모의 CB·BW 중 1조원 규모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해 오는 10월 주식으로 전환해 매각하기로 했다.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이익이 있음에도 이를 실현하지 않는 '배임'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것을 고려한 결정으로 보인다.
한편 남은 1조 7000억원 가량의 영구채는 HMM의 상환권행사에 따라 단계적으로 전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전환주식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인수자와 협의해 처리한다는 방치이다. 이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두 기관이 보유한 지분에 이를 더한 가격이 총 인수가격이 된다.
SM그룹·현대차·포스코·LX그룹 등 후보군 거론
그간 HMM의 유력한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된 기업들은 영구채 처리 방법에 따라 매각 가격에 변동이 생겨 매수 여부를 검토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산은과 해진공이 인수자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협의를 통해 영구채를 처리하겠다고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SM그룹은 최근 인수 후보 기업 중 가장 먼저 공식적인 인수 의사를 밝힌 바 있지만 영구채 일부에 대한 주식 전환이 확실해지면서 참여 여부는 다시 미궁 속으로 빠졌다.
지난 19일 우오현 SM그룹회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해운산업을 완성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HMM) 인수에 나서기로 했다"면서도 "HMM의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꾼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렇게 되면 입찰에 응하지 않을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SM그룹 외에 인수 후보군으로는 현대자동차그룹, 포스코그룹, CJ그룹, LX그룹 등이 물망에 올랐지만 SM그룹을 제외한 다른 기업들은 관련한 언급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구교훈 배화여대 국제무역물류학과 교수는 "잔여 영구채에 대해 합의를 통해 처리하겠다는 매각 조건을 내세운 것은 매각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경우를 우려한 방식으로 보인다"며 "해운 시황이 팬데믹 기간 초호황을 누리다가 하락기에 들어서는 환경을 볼 때 부실화없이 경영할 수 있는 기업이 인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yon@fnnews.com 홍요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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