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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서 구른 미혼모와 아기...엄마 울린 ‘택시기사의 배려’ [따뜻했슈]

"이 은혜 어찌 갚나요" 글 올린 엄마의 사연

계단서 구른 미혼모와 아기...엄마 울린 ‘택시기사의 배려’ [따뜻했슈]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계 없음 (출처=뉴시스/NEWSIS)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청주에서 갓난아기와 함께 계단에서 굴러 부상당한 미혼모를 병원까지 데려다주고 택시 요금까지 받지 않은 택시기사의 사연이 전해져 감동을 주고 있다.

아이 안고 계단 내려오다 발 헛디뎌.. 다리 찢어진 엄마

21일 한 유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택시기사님께 받은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까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공개됐다.

자신을 청주에 살고 있는 아이 엄마라고 밝힌 작성자 A씨에 따르면, A씨는 이제 막 돌이 지난 아이와 함께 아이 정기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에 가려고 택시를 호출하였다.

그런데 A씨는 택시 호출과 동시에 부랴부랴 아기띠에 아이를 안고 2층에서 계단을 이용해 내려가는 도중 발을 헛디뎌 아이를 안은채로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고 말았다.

A씨는 “천만 다행으로 아이는 어디하나 다친 곳은 없었으나, 저는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온몸으로 구른 탓에 현재 발목에 금이 가서 깁스를 하고, 살이 뜯겨나간 곳은 꿰맨 상태”라고 밝혔다.

"괜찮다, 괜찮다" 응급실 달려간 택시기사.. 울음 터진 엄마

이렇게 크게 다친 A씨를 도와준 은인은 다름아닌 A씨가 호출한 택시기사였다.

A씨는 사고 당시 살이 뜯겨나간 상처로 피가 철철 나고 있었고, 서는 것 조차 힘이 들어 아이를 안고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이런 A씨를 보자마자 택시기사는 “목적지보다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가야될 것 같다”며 갓길에 차를 세우고 내려 트렁크에 있는 휴지를 다급히 꺼내와 피가 나는 곳에 지혈을 하고 있으라고 A씨에게 건네줬다.

이에 A씨는 놀람과 당황스러움에 울음을 터뜨렸고, 가는 내내 기사는 A씨의 상처 부위를 살피며 “괜찮다, 괜찮다”며 다독여 준 것으로 전해졌다.

"미혼모여서 보호자 없다"는 말에 접수까지 해주고 사라진 기사

또 택시기사는 “응급실에서 치료하려면 누가 있어야 할텐데 연락 할 보호자 없냐”고 물었고, 이에 A씨는 “저는 미혼모여서 아무도 없다”고 털어놓으며 눈물을 흘렸다.

기사는 “괜찮다. 걱정하지 말라”고 A씨를 다독이며 응급실 접수까지 해 주었다고 한다. A씨는 택시기사에게 “전화번호라도 알려달라. 택시비도 안 받지 않으셨냐”고 말했지만, 택시기사는 “얼른 치료받으라”는 말만 남긴 채 홀연히 사라졌다고 한다.

검사 결과 A씨는 발목에 금이 가 깁스하고 찢어진 살은 꿰맸다고 전했다. 다행히 아이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고 한다. A씨는 아이가 생소한 곳에 와서인지 계속 우는 동안에도 응급실 선생님들이 아이를 번갈아 안아주며 A씨를 치료해줬다고 말했다.

"살면서 이런 은혜 처음" 연락했지만, 택시비 끝내 사양

A씨는 “살면서 이렇게 큰 은혜를 받아본 건 처음”이라며 감동했다. 그는 택시비라도 꼭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에 택시 호출 앱을 통해 택시기사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기사는 “괜찮냐. 치료는 잘 받았냐”며 걱정부터 해줬다고 한다.

A씨는 “20년 전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같은 기사님의 따뜻한 마음이 전해져 자꾸 말문이 막혔다”며 “감사인사를 드린 후 택시비를 드리고 싶다며 ‘제가 은혜를 갚을 수 있게 해달라’고 재차 말씀 드렸지만 계속 거절하시는 바람에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A씨는 “택시비는 물론 기사님의 따뜻한 배려와 은혜를 어찌 갚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며 “기사님께서 이 글을 보신다면 항상 건강하시고 이보다 더한 행복한 일이 생기길 기도 드리겠다”고 감사를 전했다.

[따뜻했슈] 보고싶지 않는 뉴스가 넘쳐나는 세상, 마음 따뜻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토닥토닥, 그래도 살만해" 작은 희망을 만나보세요.

sanghoon3197@fnnews.com 박상훈 기자